"바이든·시진핑, 내달 美서 대면 회담"

APEC 정상회의서 회담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에 첫 대면 회담이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중 관계 안정을 위해 11월 정상회담을 계획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리는 그와 관련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고위 관계자는 WP에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회담 의제로는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 반간첩법(방첩법) 시행, 중국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중국발 펜타닐 마약 밀수 등이 거론된다. 미국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번주나 다음주 반도체 장비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중국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제조에 성공하면서, 미국이 대중국 통제망을 한층 더 옥죄는 기조를 보여왔다.

이번 회담이 성사된다면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이후 첫 대면이 된다. 앞서 지난달 몰타에서 양국 외교안보 책사인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는 등 양국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잇달아 접촉하면서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올해 2월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 사건 이후 닫혔던 양국 간 대화 채널은 6~8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하면서 재개됐다. 양국간 소통 재개로 꼬인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자 미국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조만간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에) 곧 해빙이 시작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백악관 아시아 보좌관을 지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인 대니얼 러셀은 WP에 "(시 주석이 불참할 경우) 사람들은 국내 정치·경제 문제가 너무 크다고 성급하게 결론 내릴 것"이라며 "가지 않는 데 대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시 주석의 APEC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 주석은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미국을 견제하는 듯한 연설을 했고, 지난달 뉴델리에서 열린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