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일정에 '경제' 넣어라” 재외동포까지 찾아간 윤 대통령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등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불거지며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며 여권 내에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참모들에게 “지방을 가든, 순방을 가든 모든 대통령의 행보에 ‘경제 살리기’ 일정을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얼핏 경제와 상관없어 보이는 일정에도, 민생과 연결될 수 있는 이슈를 발굴하라는 ‘사고의 전환’도 요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 운영의 근본 목적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을 찾아 재외동포를 만난 것도 경제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750만 동포 네트워크 활성화가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란 취지다.
대통령실은 이와 함께 남은 하반기엔 생활 밀착형 경제이슈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까지 반도체와 이차전지,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대기업 중심의 거시정책을 다뤘다면, 이젠 우윳값과 배춧값, 기름값 등 국민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미시적 사안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규제개혁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며 “향후 중소기업 현장과 농민 등을 찾아뵙는 일정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배추·무 할인지원으로 서민 김장 부담을 덜어드리고 동절기 난방비 대책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며 서민 물가 대책을 최우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부에선 물가 안정을 위한 수입 관세 인하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국민이 체감할 변화를 단기간에 만들어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가 급등과 국채 상승, 환율 변화 등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글로벌 리스크가 상존해 있어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섣부른 경제부양책은 오히려 물가를 끌어올려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도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위해 추경은 배제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압박도 받는 상황이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정책 옵션이 많지 않고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과도한 위기론’에는 경계를 표했다.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예상 범위 내에 있고, 지난 9월 무역수지 흑자가 최근 2년 내 최대 규모인 37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출도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과도한 대응은 오히려 불필요한 위기의식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국민이 체감할 다양한 민생 대책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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