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부동산 PF 구조조정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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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폭탄은 아이러니하게 터진 이후가 가장 안전하다.
이런 국면에서 대주단 협약이나 정부의 유동성 지원만으로 PF 문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 PF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에 '실기'하면 PF 부실 고름은 치료가 어려운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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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과 이자 감면, 출자전환 등 필요
고장난 폭탄은 아이러니하게 터진 이후가 가장 안전하다. 화약과 뇌관을 제거해 완벽하게 안전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옮겨 일부러 터뜨려야 한다. 잘못 터져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다. 관리 가능한 상태일 때 조금씩 위험을 제거하지 않으면 위험의 크기는 계속 커진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화약과 뇌관의 총량만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폭탄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PF 대주단 협약’으로 PF 만기를 연장하고,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해 PF 사업의 유동성 문제를 일부 해소해 주는 것이다. 지난 4월 발표한 PF 정상화 대책과 당시 대책의 확장판인 9월 대책은 같은 맥락이다.
은행·보험·캐피털·증권 등 금융회사와 농협·새마을금고 등의 상호금융까지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은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했다. 협약의 내용은 채권액 기준으로 전체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받은 PF 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PF 연장에 반대하는 일부 채권자가 사실상의 부도인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해 다른 채권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4분의 3 이상 동의하면 신규 자금, 이자율 감면 등의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도 세웠다.
대주단 협약 등의 효과로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 국내 PF 사업장 중 70% 이상이 대출 만기를 연장했다. 본PF로 전환되지 않은 브리지론은 전체의 80%가 만기를 연장했다. 본PF로 넘어간 사업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브리지론 상태로 만기를 연장했다. 브리지론은 개발 사업 인허가를 받기 전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단기로 빌리는 대출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면 대출을 회수하기 어렵다.
금융회사가 부실을 줄이려고 변칙적인 방법으로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부실 시행사가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없어지자 ‘이자후취’ 등의 방법으로, 또는 기존 대출에 이자상환액까지 붙여 대출을 연장하는 사례도 포착됐다. 이렇게 연장에 성공하면 사실상 연체인데 연체로 잡히지 않는다.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된다. 부실을 ‘눈 가리고 아옹’ 식으로 숨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주단 협약을 통해 원금과 이자 감면, 출자전환 등의 적극적인 채무 재조정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부실 인식을 이연시켜 놓거나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개선되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회사들이 고통은 분담하지 않은 채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을 기대하는 ‘모럴 해저드’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그 사이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도 금융회사 부실의 뇌관으로 등장하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133조원 규모의 PF에 이어 73조원의 해외 부동산펀드까지 가세하면서 금융시장의 화약고가 커졌다. 하반기쯤에는 떨어질 것 같았던 금리는 미국의 긴축 장기화 기조에 되레 상승 추세다. 조달 금리 인상에 공사비 상승까지 겹쳐 단기간 내에 사업성 개선이나 민간 자금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대주단 협약이나 정부의 유동성 지원만으로 PF 문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 PF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구조조정에 ‘실기’하면 PF 부실 고름은 치료가 어려운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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