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투입된 '구형' 공연장, 지구상에 이런 무대는 없었다
[이현파 기자]
▲ 미국 라스베이거스 'MSG 스피어'에서 펼쳐진 록밴드 U2의 공연. |
ⓒ Sphere Vegas |
아일랜드 출신의 록밴드 U2(보노, 디에지, 애덤 클래이튼, 래리 멀렌 주니어)는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밴드다. 2억 장 가까운 앨범을 팔았으며, 스물 두 개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사회 운동가적이며 구도자적인 행보 역시 그들의 위상을 뮤지션 이상의 것으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U2의 위상을 가장 크게 높인 힘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연에 있다.
U2는 언제나 라이브 공연에 있어 새로운 역사를 선도했다. 'ZOO TV' 투어에서는 자동차를 공중에 걸어놓은 채 최첨단의 시각 예술을 과시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어 중 하나로 기록된 '360' 투어에서는 360도 형태로 돌아가는 무대를 선보였다. 2019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첫 내한 공연에서는 가로 61m, 세로 14m로 뻗어 있는 광활한 LED 스크린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U2 공연의 역사는 곧 '규모의 역사'다.
그리고 U2가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진 공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U2는 'U2:UV Achtung Baby Live at Sphere'라는 이름의 레지던시 콘서트를 시작했다(레지던시 콘서트란 특정한 장소에서만 여러 회 진행되는 콘서트를 일컫는다. 라스베이거스는 셀린 디온,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어셔 등이 성공적인 레지던시 콘서트를 펼친 고장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U2가 1991년에 발표한 앨범 'Acthung Baby'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치러졌다. U2는 이번 공연에서 'Acthung Baby'의 수록곡 전곡은 물론, 'With Or Without You', 'Beautiful Day', 'Vertigo[, 'All I Want Is You' 등 밴드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명곡이 울려퍼졌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 'MSG 스피어'에서 펼쳐진 록밴드 U2의 공연. |
ⓒ Sphere Vegas |
그러나 어떤 곡을 불렀느냐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된 것은, 공연이 펼쳐진 '공간'이다. 이 공연이 펼쳐진 공연장 'MSG 스피어(MSG Sphere)'는 역사상 가장 큰 '구형'의 공연장으로 기록되었다. 구형의 공연장은 이미 있었지만, 스피어는 규모 면에서 궤를 달리 한다. 이 공연장은 메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유명한 MSG 엔터테인먼트, 스피어 엔터테인먼트, 오크뷰 그룹의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공연장의 높이는 111.6미터, 폭은 157.3미터다. 천장까지 설치된 120만 개의 LED 스크린은 2억 화소 이상의 해상도, 1만5000제곱 미터(4500평)의 넓이를 과시한다.
16만 개의 스피커 역시 사방에 설치되어 입체감을 높였다. 공연장의 외부 역시 5만4000제곱미터에 달하는 LED 스크린으로 이뤄져 있다. 공연장의 개장을 앞두고 거대한 눈알을 영상화한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6년 착공된 이 공연장은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사가 지연되었고, 이 과정에서 총 3조 1천억 가량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 U2:UV Achtung Baby Live At Sphere (Coming Fall 2023 - Official Trailer) ⓒ U2 |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관객들은 자신이 실내 공연장에 있다는 사실마저 잊을 수 있었다. U2의 기타리스트 디 에지(The Edge)는 이번 공연을 과거 'ZOO TV' 투어의 3D 버전이라 소개하는 한편, '새로운 창의적 장르와 플랫폼의 시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9월 29일에 시작된 U2의 '스피어' 공연은 오는 12월 16일까지 총 25회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공연의 발전을 선두에서 이끌어 온 U2인만큼, 그들이 이 역사적인 공연장의 첫 공연자로 낙점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U2의 공연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바이럴(VIRAL)'되고 있다. U2의 팬이 아닌 음악팬들조차도 '반드시 보아야 할 공연'으로 손꼽고 있다. 록 음악이 타 음악 장르에게 패권을 넘겨준 2020년대, 노년에 접어든 밴드 U2는 기술의 진보를 만나 새로운 공연의 역사를 쓰고 있다.
MSG 스피어 공연장의 운영사인 스피어 엔터테인먼트 CEO 제임스 돌란은 이와 같은 형태의 공연장을 다른 나라에도 짓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U2의 이번 공연은 '공연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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