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제한 추가 안돼" 美 반도체업체 수장들이 워싱턴 날아간 이유
협회 성명서 발표 압박하고 싱크탱크 만나기도
"실제 조치 발표 미루는 데 영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추가로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하려고 시도하자 엔비디아,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업체가 조치의 강도를 완화하고 시기를 늦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미국 반도체 업체의 실적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육성하는 기회로 삼아 오히려 미국에 있던 반도체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안에 정통한 20여명의 소식통을 취재, 세 업체가 미 정부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관련한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그 이후 최근까지 이러한 노력이 지속돼 왔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조치를 도입할 때만 해도 미 반도체 업계가 곧바로 조치에 발맞춰 움직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세 업체 관계자들은 미 정부·백악관 관계자,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다.
추가 조치 도입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지난 7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워싱턴DC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세 업체 수장들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면 미국 내 투자마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큰 손'으로 통한다. 엔비디아와 인텔, 퀄컴 등 세 업체가 중국에서 거둬들이는 연간 매출액은 500억달러(약 67조3000억원)를 넘어선다. 정부의 조치로 수익이 줄면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욕 등 미국에 현재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건설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또 지난 7월 17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추가 제한 조치 도입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회원사들이 압박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당시 성명서 초안을 본 SIA 회원사 중 반대 의견을 낸 업체는 없었으나 일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성명을 내도 되는지 불안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계에서는 반도체지원법까지 만들어 세금으로 50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형성, 반도체 업계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업계가 이렇게 대응하는 것을 두고 불편해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이에 미 의회에서는 업체들이 수출 제한 조치를 잘 지키고 있는지 청문회를 진행하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것으로 보인다. 당장 AI 반도체 수출 이슈로 타격이 예상되는 엔비디아의 황 CEO는 올여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애틀랜틱 카운슬 등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수장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수출 제한 조치를 지지하는 그레고리 알렌 CSIS 선임연구원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소문이 워싱턴DC에 났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CSIS와 엔비디아 측 모두 부인했으며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반도체 업계의 이러한 적극적인 설득 작업으로 실제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려 한 추가 수출 제한 조치 도입 시점이 늦춰졌으며 정부가 준비하고 있던 제한 조치 대상을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한 외신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대중 반도체 추가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해 내용이 주목된다.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한 지 1년이 되는 7일을 기점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고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이미 경고했다는 것이 외신 보도 내용이다.
NYT는 "이러한 기업의 경고는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와 상업적 이익 사이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긴장감을 드러내는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가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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