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는 욕먹을 각오돼 있다고 했지만, ‘화란’… [홍종선의 연예단상㉙]
송중기 “무뢰한 10번 이상 봐…사나이픽처스에서 많은 것 배워”
“국내 반응은 감을 못 잡겠어요, 언제 감이 찾아질지(웃음). 우리영화가 친절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런가 봐요. 한국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겁나진 않는데, 욕하시면 욕먹을 각오 돼 있는데 궁금해 미치겠어요.”
송중기는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제작 사나이픽처스, 공동제작 ㈜하이스토리․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으로 지난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가 경기도 명안시(가상도시, 마치 태어나면 죽음 외에는 벗어날 길이 없는 인생을 상징하는 듯한 시공간)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넘버2 치건을 연기한 ‘화란’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칸에 초청되고도 국내 반응에 대해선 오리무중 속 설렘으로 기다린다. 단지 칸 초청이 등식처럼 국내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유럽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고 반겨 주셨지만, 그것도 너무 좋은 일이지만, 우리 관객이 쳐 주시는 박수가 배우 송중기에게는 중요해서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기존 문법을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송중기가 말한 것처럼 ‘친절하지 않은’ 영화는 아니지만, 보기 드문 류의 매력을 지닌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요새 왜 이렇게 업계 대본이 비슷한지, 제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거예요,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요. 비슷비슷하다 싶어 매력을 못 느끼던 차에, 새로운 거 하고 싶은데 새로운 거 하고 싶은데 하던 차에, 만났습니다. 이 대본을.”
“처음보고 양익준 감독의 영화 ‘똥파리’를 극장에서 보고 나올 때의 느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해보고 싶은데, 매니지먼트 대표님이 허락 안 할 것 같은데, 대표는 수익성 따지셔야 하는데, ‘이눔의 새끼’가 돈도 안 받는다 하고. (결국 소속사와 얘기가 잘돼서) 제 마음을 당긴 시나리오를 가진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께 ‘저, 하고 싶어요’ 말씀드렸죠. 시켜 주시지 않을까봐 떨었어요.”
“사실 플러스엠 관계자 형께 제안해 주셨던 역을 거절하는 자리였어요. 어떤 영화 하고 싶길래 그러느냐 물으셔서, 이 영화(화란)를 말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출연의 시작점 얘기부터 눈이 ‘탱글’ 거렸다. 오랜만에 만난 마음을 당기는 시나리오인데, 게다가 제작사가 사나이픽처스여서 더욱 좋았단다.
“더군다나 영화 ‘무뢰한’(2015)을 좋아해요, 열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어요. ‘무뢰한’ 제작진 회사의 책이어서 호감에 한 몫을 한 것도 있어요. 믿을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무뢰한’이 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었잖아요. 칸도 좋은데, 같은 부문이라 더 좋아요.”
믿음에 관해 좀 더 듣고 싶었다. 믿을 수 ‘있겠구나’의 미래예정 동사가 과거형 동사가 됐을까. ‘무뢰한’ ‘헌트’를 칸에 보내며 ‘칸 맛집’이 된 사나이픽처스인 것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칸은 기대한 바 없었어요, ‘칸 맛집’은 생각도 못 했고요(웃음). 촬영 막상 들어가니까……, 역시였어요. 한(재덕) 대표 성격 아시겠지만, 확실히 든든하게 많이 뒤에 계시더라고요. 제가 약간 헷갈릴 때 툭툭 던져주시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프로듀싱 스타일이, 저는 많이 존경했어요. 영화사 이름(사나이)처럼, ‘츤데레’(겉모습은 엄격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 인터넷 속어)처럼 툭툭 말해주시더라고요. 진짜, 칸 갈 거란 생각은 못 했었고, 저는 불친절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예산 적게 찍었기 때문에 ‘개봉만 하면 다행이다’ 생각했었습니다.”
“헝가리에서 영화 ‘로기완’ 촬영 중이었어요. 저녁 7시, 한국시간 새벽 5시, 한 대표가 전화하셔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는 거예요. 중요한 촬영인데, 밤 촬영에 집중을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최성은 배우의 중요한 장면인데 (싱글벙글) ‘나 깐느 간다’, 스태프한테도 ‘깐느 간다~’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나이픽처스가 건달 영화 많이 해서 조폭영화 전문 제작사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아니에요. ‘화란’, 조폭영화로 생각하지 않고요. 남자들의 멜로, 관계성으로만 끌고 가는 영화입니다. 사나이결의 건달영화 하고 싶어서 택했다? 그렇지 않아요. 새로운 문법의 영화, 찐득, 찐득 껌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느낌의 영화여서 좋았어요. 제가 안 해 본 장르, 영화 많이 하지 않았지만요. 욕먹든 칭찬 받든, 그동안엔 해보고 싶은 거 했으니 너무 좋습니다. 이제는 투자자 분들, (제작비) 회수 하셔야 하니까 또 열심히 뛰어야죠.”
제작비라고 말하면, 송중기도 소속사 하이지음스튜디오의 제작사 ㈜하이스토리를 통해 공동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서두에 밝혔듯 노개런티로, 출연료 없이 연기했다.
“제가 하는 작품을 똑같이 다 사랑하지만, 이번엔 책임감이 큰 것 같아요. 개런티 안 받은 것도 책임감이죠. 제가 들어가면, 제 출연료가 보태지면 제작비가 늘어나고 그러면 늘어난 제작비에 맞춰 상업성이 커질 텐데, 그러면 영화 ‘화란’만의 매력이 퇴색될 테니까요. (이런 생각까지 하는 게) 제가 이 영화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사나이픽처스 대표께서 ‘미안하니까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 넘으면 챙겨가' 하시더라고요(웃음).”
“공동제작에 참여한 건,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욕구를 제작으로 풀 생각이어서는 아니에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건 아니고. 기획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요. 연출은 깜냥이 안 돼서 생각 없고, 기획과 제작은 생각 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사나이픽처스의 제작방식에 대해 공부 많이 했어요. (기획 또는 제작 예정 작품을 묻자, 손사래치며) 있는데 공개하면 안 돼요, 안 돼요~~”
인터뷰 내내 영화 ‘화란’에 대한 진심, 관객들이 ‘그래, 잘했다’ 말씀 주시길 진정으로 바라는 게 느껴졌다. 관객의 한 명으로서 말하자면, 작품만 새로운 게 아니라 송중기의 연기가 무척 새롭다.
사실, 영화 ‘화란’은 배우 송중기가 출연료 없이, 그것도 조연을 자청했다고 해서 진작부터 화제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웬걸! 완벽한 주연이다. 영화 포스터에 송중기의 얼굴, 치건의 옆모습이 크게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그저 연규 역의 배우 홍사빈, 하얀 역의 배우 김형서가 신인이어서 영화의 티켓 파워를 높이기 위해 송중기를 내세운 게 아니었다.
송중기가 표현한 치건은 단순히, 명안시 넘버1 중범(김종수 분)의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가 아니다. 조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 치면 보스이고, 뭣 모르고 덥석 문 중범의 찌를 놓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지만은 않는다. 송중기 표 치건은 어쩌면 ‘게’이다, 혹은 낚싯줄 자를 집게를 스스로 키운 기형 물고기.
스타 송중기는 이 독특한 영화의 결을 해치기는커녕 신인배우들을 아울러 ‘화란’의 색감을 만들었다. 배우 송중기를 다시 보는 기회를 얻었다. 작품에 공기를 채운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에게 현장에서 본 송중기의 모습을 물었다.
“참 선배다웠습니다. 후배 배우들, 초짜 신인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이 다가가 물 들으려 했어요. 서로에게 물들어서, 이렇게 배우들이 전부 한 데 어우러진 영화가 됐다 싶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배우 송중기가 그동안 출연했던 어떤 작품보다 ‘가장 치열하게 상대배우와 토론하며’ 열띠게 촬영했다는 영화 ‘화란’은 오는 11일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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