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청문회장서 도망간 김행
[박소희, 유성호 기자]
▲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 유성호 |
이날 김 후보자는 주식 논란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결백을 주장하며 '그냥 형사고발하시라'는 식의 답변을 고수했다. 그러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다. 우리가 질문하는 건 형사법 위반 확인을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도덕적 측면,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사과할 부분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런 질문에 툭하면, 벌써 몇 번째인데, '고발하라'는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 위원장이 지적해달라"고 발언했다.
'고발하라' 답변으로 일관... "감당 못하면 사퇴하시라"
김 후보자는 "제가 답변 드려도 되면..."이라며 발끈했다. 권인숙 위원장은 "후보자님, 묻지 않았다. (의원들이) 말을 한 다음에, (후보자의) 답을 요청할 때 답을 하시라"며 "지금 인사청문회라는 것의 굉장한 의미들을 너무 망각하는 것 같다. '고발하라' 이런 식으로 반발하는 것은 정말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자는 아직 위원장의 답변 요청이 없는데도 다시 "공직자법에 의해서 (자료 요구받은) 저희 딸은..."이라고 했고, 권 위원장은 "딸 얘기에 한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행 후보자 : "또 하나 위원장님. 제가 알지도 못하는 회사에 장관 후보자 지명 20일 만에, 무슨 사건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사건 주가조작 주범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알지도 못하는 걸 저를 엮어놓으시니까 제가 어떻게 아니라고 입증하겠나."
권인숙 위원장 : "후보자가 입증해야죠. 입증되면 깨끗해지는 일이다."
김행 후보자 : "저의 딸이 공직자인가."
권인숙 위원장 : "후보자님."
김한규 의원 : "제가 그 문제 제기한 게 아니지 않나. '형사고발하라'는 태도를 바꾸라고 했는데 제가 지금 질문한 것 갖고 예를 들면서..."
김행 후보자 : "제가 왜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회사들과, 주가조작범들하고 엮이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권 위원장은 "후보자님, 지금 상황은 자초한 것이다"라며 "그러면서 여기서 고발하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가 "저를 형사범으로 몰고 있지 않나", "딸은 분명히 (자료요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아시지 않나"라고 항변했다. 권 위원장은 "지금 자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 않나"라며 "그런 식으로 태도를 유지하면 본인이 사퇴하시든가. 도저히 이걸 감당 못하겠으면 사퇴하시든가"라고 말했다.
갑자기 여당 쪽이 시끄러워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님은 중립을 지키시라고요!" "사과하세요"고 소리쳤다. 또 "갑시다"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지성호 의원은 김행 후보자에게 다가갔고, 김 후보자는 주섬주섬 청문회 자료를 챙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권인숙 위원장은 "후보자 앉으세요"라고 지시했고,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양팔을 벌린 채 막아섰지만, 김 후보자는 여전히 착석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김 후보자 자리 주변에 뒤엉켜 공방을 벌였다.
"사과하세요!"
"못 가!" "어딜 도망가요!"
"위원장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요? 진행을 편파적으로 하면 어떻게 해요!"
"청문회를 이런 식으로 방해하는 게 어딨어요!" "누구한테 연락받고 판 깨려는 거야!"
결국 오후 10시 42분 청문회는 중단됐다. 약 한 시간 뒤 회의가 다시 열렸을 때엔 국민의힘 의원들도, 김행 후보자도 없었다. 권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 협의하려고 했는데 후보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이건 인사청문회 무시, 국민의 알 권리 무시다. 있을 수 없는 행태이며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또 "청문회를 파행으로 이끈 것은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라며 "민주당 후보였어도 (저는) 같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갑시다" 한마디에 우르르... 돌아오지 않은 후보자
이후 여가위는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을 변경, 청문회를 하루 더 실시하기로 했다. 자정이 지난 시각에 권 위원장이 6일 청문회 개의를 선포했을 때에도 김 후보자와 여당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오전 0시 반경, 권 위원장은 "(여가부) 기조실장이 찾고 있는데, 문을 안 열어주고 있다고 한다. 정말 초유의 사태"라며 "아휴, 지금 방송으로 지켜보실 국민 앞에 너무 부끄럽고 정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의 무게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당도, 후보자도 청문회를 '엑시트' 하려는 것 같은데, 여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불참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를 하지 않는 거고, 국민들께 최소한의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권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김 후보자에게 "지금이라도 청문회에 참석하길 엄중히 요청드린다"고 했지만 이들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후보자의 아... 도망인가요"라고 말한 뒤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후보자의..."라고 발언하다가 또 기막히다는 듯 웃더니 "인사청문회 회피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지금 회의를 계속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 같다"고 했다. 이어 "(여가부 인사청문회)준비단하고 연락은 됐고 저희한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 청문회가 다시 열려서 정상적으로 마치기를 바라면서 잠시 정회하겠다"고 0시 59분, 정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출석 가능성은 낮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이날 회의 공지에 '전체회의'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청문회는 어제 끝난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차수 변경을 의결했다고 반박했지만, 김 후보자 불참시 처벌 규정이 없음을 인정했다. 여가위는 일단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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