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부르도그, 탄빵, 아프로켄... 2000년대의 괴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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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기자]
▲ 부르부르도그 우산 부르부르도그 우산 |
ⓒ 박유정 |
올해의 달력이 딱 3장 남았다. 찾아간 지 오래 되어 알 수는 없지만 우리 본가의 달력은 2장 또는 1장 남아 있을 것이다. 서로 먼저 달력을 떼고 싶어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주 강력한 문화라 한 달이 다 가기도 전에 달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모른다. 우리집이 연말을 살고 있을지 아니면 연초를 살고 있을지.
이처럼 사람은 저마다 조금씩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면이 있다. 나만 해도 그렇다.
보라색 곱슬머리, 가진 옷의 9할이 빈티지, 깨어 있는 동안은 계속 상상을 하고, 문구점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어른이다.
누군가가 보기엔 평범하겠지만 여전히 동네 버스를 타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머물곤 한다. 어릴 때부터 괴상하고 오묘한 점에 끌리는 것이 고민이자 자랑이다. 요즈음 대단한 산리오 열풍에 굴하지 않고 20여 년 전 산엑스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산리오와 산엑스는 모두 자체 제작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일본의 기업 이름이다. 산리오의 대표작은 헬로키티, 폼폼푸린,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이 있다. 한 번이라도 이 캐릭터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하나같이 보드랍고 사랑스럽고 말하자면 구김살 없는 캐릭터들이다(산리오는 과거 영아트사와 협약을 맺어 생산되었던 문구들에 대한 기사로 추후 다루도록 하겠다).
▲ 산엑스 탄빵 집게 산엑스 탄빵 집게 |
ⓒ 박유정 |
먼저 탄빵은 원래 좋은 빵이 될 예정이다가 화덕에 갇혀 탄빵이 되자 충격으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캐릭터이다. 아프로켄은 수십 가지 헤어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는 강아지이다(생김새가 너무 어이없게 생겼다).
▲ 아프로켄 인형 아프로켄 인형 |
ⓒ 박유정 |
설정은 어이가 없지만 당시 산엑스 캐릭터의 국내 인기는 대단했고, 캐릭터에 인색했던 우리 집안에도 부르부르도그 이불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2000년대 초중반은 괴짜들의 시대였다. 더구나 국내에서 '엽기' 코드가 유행하면서 90년대에 이어 그와는 또 다른 개성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 타래팬더 파일 타래팬더 파일 |
ⓒ 박유정 |
많은 사람들이 사회 생활을 할 때 자기가 가진 이상한 면을 깨끗이 숨긴다. 하지만 2000년대의 사람들이 산엑스를 사랑했던 것처럼, 이 세상에 어딘가는 내 이상한 면을 개성으로, 재능으로 봐 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심지어는 모두가 그것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달력을 떼고 싶어한다는 것은 날짜 감각에 있어 똑똑하다는 것이고, 절망할 줄 안다는 것은 감정을 느낌에 있어, 상황을 파악함에 있어 똑똑하다는 것이다. 괴상한 머리를 한다는 것은 멋을 잘 안다는 것이고, 맘껏 늘어져 있다는 것은 쉴 때를 안다는 것이다.
요즈음 대학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y2k스타일, 스트릿패션 등으로 개성있게 옷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띈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신기하다. 내가 바라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니 영화 속 같기도 하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개성적 패션, MZ세대의 독특한 감성, 삐딱한 시선들이 세상 한 구석에라도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은 반드시 찾아갈 테니, 이상한 것을 찾는 불나방처럼.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이상하다.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고 인생은 재밌다.
용기를내 부끄러워하지마 사람은 저마다 똑똑 하니까 마음껏 웃어슬퍼할 필요없어 내일은 또다시 태양이 뜰테니까
- <박상민>내 친구 우비소년 주제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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