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골프웨어도 로고 감춘 ‘조용한 럭셔리’ 뜬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더 시에나 라운지 청담’. 올해 6월 제주 서귀포시에 오픈한 7성급 리조트 ‘더 시에나 리조트 & 골프’ 회원들을 위한 라운지 공간이다. 지하 1층 와인바, 3~4층 회원 전용 프라이빗 바&레스토랑 등이 자리한 가운데 1층에는 골프웨어 ‘더 시에나’ 매장이 문을 열었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가죽과 캐시미어 니트가 즐비해 골프화 등 액세서리가 아니라면 골프웨어 매장인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더 시에나는 시에나 그룹 자회사 ‘시에나 라이프’에서 론칭한 골프&리조트웨어 브랜드. 골프뿐 아니라 휴양지, 넓게는 일상에서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지난달 22일 남훈 시에나 라이프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경쟁 치열한 골프 시장. ‘여유’ 표현하고파
국내 골프복 시장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복 시장은 지난 2019년 4조6000억원에서 2021년 5조6000억원, 지난해 6조3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됐다. 신규 론칭 골프웨어 역시 2022년 하반기에만 50여개에 육박했다.
Q : 골프복 시장이 레드오션인데.
A : 현재 국내 골프복 시장은 조정되는 추세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진정으로 골프를 좋아하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젊은 골퍼들을 겨냥한 브랜드는 줄어들어도, 하이엔드 골프복 시장은 여전히 의미 있는 영역이다.
Q : 기존 브랜드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A : 우리가 모두 LPGA 선수가 아닌데, 너무 심각하게 차려입는다. (웃음) 기능성을 갖추되, 일상에서 입어도 괜찮도록 튀지 않게 만들었다. 내기나 경쟁이 아닌,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실루엣이다.
피티워모. 28년 단골. 이탈리아 감성 담는다
남 대표는 자타공인 ‘이탈리안 패션 고수’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바이어를 거쳐, 삼성물산 ‘란스미어’, 신세계인터내셔날 ‘맨온더분’ 등 남성 편집매장 디렉터를 지내면서 남성 패션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클래식 슈트를 중심으로 한 남성복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매년 열리는 남성복 박람회 ‘피티워모’만 28년간 다녔을 정도로 이탈리아 문화에 친숙하다.
Q : 옷에 이탈리안 감성을 녹였다고.
A : 시에나 리조트의 이름 자체도 이탈리아 도시에서 따왔고, 같은 그룹의 호텔 이름은 토스카나다. 리조트에 가면 이탈리아 건축의 핵심인 아치와 대리석이 곳곳에 구현되어 있다. 의류에는 토스카나 지방의 자연색을 담았다. 숲의 녹색과 땅의 주황색을 주요 컬러로 하되, 여기에 어울리는 아이보리·갈색을 더했다.”
Q : 업계 경력이 도움됐나.
A : 소재 공수에 도움이 됐다. 그동안 이탈리아 브랜드 바잉을 많이 해와서 좋은 소재를 다루는 현지 공장과 연결하기 쉽고, 또 선별해 온 경험치가 있다. 디자인은 우리가 하고, 이탈리아 공장에서 만든 의류가 많다.
전체 350 룩 중 니트가 30%, 밍크도 있어
더 시에나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역시 소재다. 니트부터 패딩, 심지어 모피까지 섞어 골프복을 만든다. 첫 시즌 전체 350종의 의류 가운데 30% 이상이 니트류다.
Q : 소재에 공을 들였다고.
A :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몸에 닿는 옷의 느낌에 눈을 뜨게 됐다. 예전에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수트나 재킷의 비중이 컸다면 지금은 니트웨어 비중이 더 높을 정도다. 우리도 소재에 힘을 많이 줬다. 실루엣을 잡아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급 니트나 울, 가죽 등을 많이 썼다.
Q : 마침 소재를 중시하는 ‘올드머니 룩’이 유행이다.
A : 브랜드를 1년 6개월 전에 기획했는데, 당시에는 그런 흐름이 없었다. (웃음) 브랜드 기획에 앞서 ‘럭셔리’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나라 포털에 ‘럭셔리’를 넣으면 주로 명품 브랜드가 나오더라. 구글에 ‘럭셔리’를 넣으면 빈티지 와인이나 휴양, 휴식 같은 키워드가 나온다. 미래의 럭셔리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즐거운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골프복을 생각했다. 그래서 옷에 로고를 아예 없애고 싶었는데, 디자이너들이 반대해서 아주 작게 넣었다. (웃음)
Q : 어떤 브랜드로 가꾸고 싶나.
A : 골프는 가끔 쳐도 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친교를 위해 치는 사람들을 상상했다. 이들이 평소에 입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충돌하지 않고 스며드는 옷을 만들고 싶다. 또 ‘시에나 라이프’라는 회사 이름처럼, 옷뿐만 아니라 화장품, 테이블웨어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우선 올해 말에 바디라인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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