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 이겨도 황선홍은 '옅은 미소'만...일본 이기면 2002년 포효 나올까 [나승우의 항저우 나우]

나승우 기자 2023. 10.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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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우승하기 전까지는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황선홍 감독이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에도 미소 짓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1로 꺾었다.

정우영의 선제골로 앞서간 대표팀은 자수르벡 잘롤리디노프에게 프리킥 골을 내줬으나 정우영이 한 골을 더 보태 전반전을 2-1로 마쳤다. 후반에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로 선수들을 압박했지만 점수를 끝까지 잘 지켜 승리를 거뒀다.

이제 우승까지 한 걸음만 남겨뒀다. 상대는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전에서도 맞붙었던 일본과 다시 한 번 리턴 매치를 치르게 됐다.

우즈베키스탄과 힘든 싸움 끝에 결승에 진출했지만 황선홍 감독은 이번에도 웃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기쁨에 취해 있었을 때도 황선홍 감독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단체 사진 촬영 때도 옅은 미소만 유지했을 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황선홍 감독은 "쉽게 승리할 순 없었지만 선수들이 의지를 가지고 경기했다"면서 "마지막 남은 한 발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내내 평정심 유지를 강조해 온 황선홍 감독이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9-0 대승을 거둔 후 황선홍 감독은 "결승까지 7발 중 첫 발을 뗐다.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잘 해줬다. 하지만 자신감을 갖되 다 잊으라고 하고 싶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선수들에게 자만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대승을 거둔 것에 대해서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16강 키르기스스탄을 5-1로 대파한 뒤엔 2-1로 앞선 상황에서 빠르게 나아가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다신 이런 경기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8강 중국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현격한 실력 차를 보여주며 2-0 완승을 거둔 후에도 "이제 2번 남았다. 선수들과 앞만 보고 가겠다"면서 "최고의 적은 우리 자신이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자신감은 갖되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승리한 후에도 웃지 않은 경기가 벌써 6경기다. 어느덧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일본만 이기면 대회 내내 유지했던 포커 페이스를 풀고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황 감독의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우승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우승하지 못하면 어떤 것도 갖고 갈 수 없는 '올 오어 낫싱' 같은 대회에서 이제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맘편히 웃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1994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수많은 기회를 놓친 황선홍 감독은 말 그대로 대국민 '역적'이 됐다. 전국민이 황선홍 감독에게 손가락질 했다.


선수 시절 내내 온갖 비판에 직면했던 황선홍 감독이 비로소 웃을 수 있었던 때가 바로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월드컵 첫 승이었다. 황선홍 감독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효했다.

황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도 시작부터 수많은 비판에 시달렸으나 본 대회에 들어와서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다만 우승이 목표인 만큼 아직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황선홍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미소를 짓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선수 시절 때처럼 마지막 무대에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결승전에 많은 관심이 쏠릴 예정이다.

사진=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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