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강화’ 우리금융 임종룡호, 당면한 숙제는 

김동운 2023. 10.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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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기업대출 금리,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아
명가 재건 위해 증권사 인수해야…“금융사들 관심 높아 M&A 경쟁 치열할 전망”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외치며 우리은행이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다만 임종룡 회장이 외치고 있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선 비은행 계열사의 확충, 특히 증권사 편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하반기부터 기업금융 부문에서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우리은행 기업대출금리는 5.12%로 △KB국민(5.18%) △신한(5.24%) △하나(5.14%) △NH농협(5.16%)은행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우리은행의 6월 기업대출금리는 5.38%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하반기인 7월 5.23%, 8월 5.12%로 두 달 만에 26bp를 낮추는 등 가장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임종룡 회장이 최근 강조했던 사항인 ‘기업금융’ 강화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우리은행 기업여신금리는 평균치를 상회했지만, 지난 7월초 임종룡 회장이 그룹 경영전략워크샵에서 기업금융 명가부활을 주문한 이후 대출정책 기조가 180도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우리은행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매년 대기업 대출 30%, 중소기업 대출 10%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기업 대출 잔액을 오는 2027년까지 237조원으로 늘려 2025년까지 기업 대출 시장 점유율 2위, 2027년까지 1위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은 쉽게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오랜 기간 지속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614조5745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보다 34조8569억원늘어난 수치다. 은행별 대출 잔액은 국민은행이 가장 앞섰다. 하지만 증가세는 하나은행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취임사에서 집중할 분야 중 하나로 기업금융을 언급한 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 이상 늘어났다. 국민·신한은행은 4%대, 우리은행은 3%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우리은행은 주채권은행 11곳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 저금리 정책 등을 내세워 기업금융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성과 달성을 위해선 증권사 인수 여부에 미래 성장이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증권사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을 은행 고객들을 통해 유입시킬 수 있으며, 은행으로선 증권사를 통해 기업금융과 IB 업무를 함께 제공하는 ‘기업투자금융(CIB)사업 부문’ 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CIB는 일반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을 합친 개념으로, 기업금융과 IB업무를 연계하는 업무를 말한다. 보통 은행 내부의 기업금융 관련 부서나 증권 등 계열사들의 IB조직을 연계해 지주사가 통합 운영한다.

이미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은 CIB 업무 강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먼저 신한금융은 기존 은행과 금융투자 중심의 CIB 사업부문을 지주·은행·금융투자·생명·캐피탈 등 5개 계열사를 통합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기업들은 증권 계좌를 통해서도 대금 지급 및 결제‧이체 업무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또 해당 계좌에 있는 자금은 증권사를 통해 운용돼 일정 부분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임종룡 회장은 이전 NH농협금융 회장 당시증권사 인수를 통한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취임 이후 임 회장은 기존 외부 증권사를 인수하고 이를 기존 NH농협증권과 합병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임종룡 회장이 인수했던 증권사는 우리금융의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으로, 현재는 NH투자증권으로 농협금융의 ‘효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문제는 현재 우리금융이 인수할 증권사 매물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M&A 후보로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거론되지만, 각 증권사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증권사 인수가 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우리금융 뿐 아니라 OK금융 등 다른 금융사들도 증권사 인수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증권사 인수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건전성에 위협을 받는 금융그룹으로서는 지출에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M&A 추진 시 인수대상을 신중하게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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