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벗고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합니다”…농식품부, ‘공무원 룩’ 탈피 시도

맹찬호 2023. 10.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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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복장’ 해보니…서로 앞다퉈 패션 경쟁
중요한 건 ‘업무 성과’…공직사회 변화 바람
“창의적 조직문화·업무 집중도 향상 기대”
집단유연근무제 도입…‘2시간 조기 퇴근’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이 정장 대신 티셔츠, 청바지 등을 입고 캐주얼데이에 참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장님, 오늘은 분홍색 카라티 입고 오셨네요?”

농림축산식품부 내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활기찬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지정했다. 직원들의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기로 하면서 편안한 복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과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목적이다.

농식품부는 전 직원 대상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캐주얼 데이’를 운영 중이다. ‘캐주얼 데이’는 라운드 티셔츠나 청바지, 운동화 등을 편안한 복장을 착용할 수 있는 날이다. 평소에는 정장이나 셔츠 등 격식을 차려야 하는 조직에서 보통 주 1회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개념이다. 지난 7월 ‘농식품부 조직문화 및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한 관행 격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선정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부터 솔선수범에 나섰다. 정 장관은 시행 첫날 정장을 벗고 편한 카라티와 면바지를 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도 마찬가지다. 윗분들이 자유롭게 입고 오니 직원들도 조금씩 변화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항상 와이셔츠를 입으시던 분들이 먼저 자유로운 복장으로 나타나 새롭다”고 말했다.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패션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다. 농식품부 국장급 간부는 “매일 긴 정장 바지를 입고 왔던 직원들이 이젠 청바지와 치마 등을 입고 온다”며 “다음 캐주얼 데이에는 서로 앞다퉈 경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이 정장 대신 티셔츠, 청바지 등을 입고 캐주얼데이에 참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치열한 신경전에는 이유가 있었다. 농식품부는 이달 20일까지 한 달간 ‘캐주얼 데이’를 운영한 뒤 자체평가와 부내 혁신평가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총 20점 상당의 혁신평가 가점은 매주 5점씩 우수 부서에 지급된다. 또 우수 참여부서 3곳을 선정해 각각 30만씩 총 9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 주무관은 “우수 모델로 뽑힌 총 10명에게 인당 10만원 상당의 상금을 수여해 개인별로도 패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며 “부서 평가가 좋으면 개인평가로 돌아오니 서로 열심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바지 등을 입는 건 아직 용기가 필요한 듯 복장을 간소화한 공무원들은 거의 없었다. 중앙부처가 몰려 있는 정부세종청사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보니 흔히 말하는 ‘공무원 룩’을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사무관은 “회의나 외부 일정 등을 소화하기 위해선 단정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편한 복장이 어렵긴 하다”며 “그래도 점차 변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유연근무제를 통해 개인이 다양한 형태로 자율적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금요일이나 상사, 동료보다 먼저 퇴근하면 주변 눈치를 볼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국민 서비스 등 업무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특정 요일에 집단(과·국 단위)으로 조기 퇴근하는 ‘집단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유연근무제도 중 근무시간선택제를 활용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기본근무 초과시간을 금요일에 활용해 집단으로 2시간 조기 퇴근하는 방식을 적용 중이다. 일과 삶의 양립을 통한 조화로운 근무문화를 조성해 업무집중도 등의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농식품부 설명이다.

아울러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데이터 수집, 입력, 비교 검증 등 반복 처리해야 하는 단순업무를 컴퓨터가 대신 수행하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했다. 농식품부 11개 업무에 운영 중이며 업무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이외에도 내년부터 건강검진과 동호회 활동 등에 대한 비용 지원을 확대해 직원 복지 증진에도 나설 계획이다.

강형석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청년세대를 포함한 직원들과의 소통의 장을 확대해 효율적인 조직문화 조성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데이 및 조직문화 개선 홍보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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