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만원 더 줄게, 가지마요" 전공의 붙잡는 지자체 안간힘

김준희, 박진호, 안대훈 2023. 10.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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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필수 진료과 인재 육성 시범 사업' 업무 협약식에서 조봉업(오른쪽 두 번째) 당시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유희철(오른쪽 세 번째) 전북대병원장, 서일영(맨 오른쪽) 원광대병원장, 신충식 예수병원장(맨 왼쪽)이 협약서를 든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전북도, 전공의 수당 도입


전국 상당수 의료기관이 의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가 전공의에게 수당을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이 연봉 3억6000만원을 조건으로 5차례 채용 공고를 낸 끝에 내과 전문의 1명을 구하는 등 의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전북도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전공의에게 1인당 월 100만원씩 수당을 준다. 해당 병원은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예수병원 등 도내 이른바 '빅3 병원'이다. 수당 지급 대상은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12개 필수 진료 과목 전공의다. 3년간 지급 예산은 총 11억7600만원이다. 이 돈은 전북도와 각 병원이 절반씩 부담한다. 전북도 최영두 보건의료과장은 "의료 인력이 지역에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에서 수당을 주는 것"이라며 "수당 지급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계속 지급하겠다"고 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있는 산청군 보건의료원. [사진 산청군]


강원도, 4개 병원 40명 지원


이와 함께 강원도도 지난 5월부터 강원대병원·한림대춘천성심병원·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릉아산병원 등 4개 병원 10개 과목 전공의 40명에게 월 1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간 강원도가 예산 30%, 춘천·원주·강릉시가 각각 70%를 부담한다. 올해 사업비는 4억8000만원이다.

강원도는 "전공의 수당 지원은 우수 의료 인력의 지역 정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의료법 제83조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의료인·의료기관 등에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전북대병원·원광대병원·예수병원 필수 진료 과목 전공의 1~4년 차 충원율은 24.7%에 그쳤다. 전체 정원 89명 중 현재 22명이 근무 중이다. 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핵의학과는 전공의가 아예 없다. 전공의 충원율은 1년 차 36%, 2년 차 43%에서 3~4년 차는 각각 10%, 9%로 뚝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진료 과목 간 양극화 심각"


반면 수당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 A씨는 "흉부외과나 외과 등은 대학병원 교수가 되지 않는 한 전공의 기간 4년을 마치면 대부분 개원하거나 월급을 받는 '페이닥터'를 해야 한다"며 "환자가 몰리는 인기 과와 비교해 병원 수입이나 급여 차이가 엄청 큰데 한 달에 1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비인기 과목을 택하려는 전공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 진료 과목 간 '양극화(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지난 8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개한 전국 96개 수련 병원 '2023년도 하반기 과목별 전공의 지원율'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8%, 심장혈관흉부외과 3.3%, 외과 6.9%, 산부인과 7.7%, 응급의학과 7.5% 등이었다. 하반기 전공의는 상반기 모집에서 미달했거나 중간에 수련 과정을 이탈한 인원이 생겨 모집했다.

반면 인기 과목 지원율은 100%를 웃돌았다. 재활의학과는 7명 모집에 27명이 몰려 지원율(385.7%)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정형외과 355.6%, 성형외과 320%, 정신건강의학과 250% 등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복지부 "내년 소아청소년과 월 100만원 지급"


이종성 의원은 "필수 의료 과목은 지원 인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병원에 쏠려 있다"며 "땜질식 대책으로는 젊은 의사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 안팎에선 "의료 체계 붕괴를 막으려면 의료 수가 인상 등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필수 의료 과목 의사 부족 문제는 의료사고 우려와 밤샘 근무 기피, 수도권 병원 선호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건복지부는 지난 8월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수련 보조수당 지급용으로 44억원을 편성했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전임의에게 월 100만원씩 주는 돈이다.

일각에선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대 졸업생 수보다 대학병원 인턴 정원이 적다 보니, 졸업생 상당수는 지역에 남고 싶어도 타지로 떠나야 해서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은 지난해 10월 전남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차원에서 의료 인력 양성과 관련, 인턴을 포함한 전공의 인원이 지역에 추가로 배정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달라"고 했다.

전주·춘천·산청=김준희·박진호·안대훈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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