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만 당원명부 볼 수 있다…신인은 "명함 뿌리기, 그것만 가능" [기득권 선거법]

성지원 2023. 10.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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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상당수 국민의힘 당협위원회가 당원교육(연수) 행사를 열었다. 당원 수백 명이 실내 공간에 모이거나 유원지나 해안에서 단합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당협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하는 순서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 신인 A씨는 최근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당원들에게 초대 문자를 돌리려다 포기했다. “당원명부가 없어 우리 지역 당원이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연락처도 알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4·10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정치 신인의 서러움도 커지고 있다. “당내 경선도 현역 ‘위원장’에 비해 신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구 당원협의회(국민의힘)나 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 ‘위원장’만 지역 사무실을 열고, 중앙당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영옥 기자

특히 당원명부 접근권은 ‘위원장’의 특권으로 꼽힌다. 정당법 제24조에 따라 각 당의 시·도당은 당원명부를 관리하고, 이 명부는 선거관리위원회 확인 등 특수한 경우 외에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협(지역)위원장 등 극소수만 열람권을 갖는다. 현재 총선 공천권이 걸린 후보자 경선에 일정 기간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국민의힘) 혹은 권리당원(민주당)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당원명부를 가진 당협(지역)위원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이들은 누가 유권자인지 알기에 개별 접촉이나 맞춤형 공략이 가능하지만, 정치 신인은 ‘깜깜이 선거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결국 신인이 할 수 있는 건 길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의정보고회와 당원 간담회·교육 등으로 평소 스킨십을 해온 위원장과 달리 정치 신인은 당원에겐 ‘낯선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인천 지역구를 노리는 민주당 소속 B씨는 “당원이 모이는 지역 행사장에 가도 사회자가 지역위원장 눈치를 보느라 소개도 안 해준다. 초청장을 보내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원외 신인은 예비후보 등록(선거일 120일) 이전엔 홍보 현수막도 걸 수 없는 등 얼굴과 이름을 알릴 기회도 봉쇄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180일 전부터 금지했던 기존 현수막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하자 여야가 금지 기간을 두 달 단축하는 생색만 내곤 금지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당협·지역위원장은 ‘정당·정책 홍보’ 명목으로 개수 제한 없이 상시 걸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행 선거법은 인력과 자원, 인지도를 가진 현역·위원장과 맞붙어서 신인이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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