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프로듀싱과 한국인 아티스트의 재능은 완벽한 조합"
최근 한국인 아티스트 5명 영입하며 본격 진출
"스웨덴 프로듀싱과 한국인 재능 합치면 완벽"
"우리의 프로듀싱 능력과 한국 아티스트의 재능을 합치면 완벽한 시너지가 날 겁니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에피데믹 사운드의 CBDO(최고사업개발책임자) 톰 허글런드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에피데믹 사운드는 한국인 아티스트 5명을 영입했다. 2020년 한국 법인을 세운 데 이어 해외 음악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인 아티스트를 직접 보유하게 된 것이다. 허글런드 CBDO는 "한국에는 삼성과 엘지 같은 대기업이 있고, 카카오 같은 테크 기반 플랫폼 기업, 그리고 스웨덴이 절대 배출하지 못하는 BTS(방탄소년단) 같은 글로벌 스타가 있다"며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을 선택했다"고 했다. 한국을 기반으로 글로벌 음악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2009년 문을 연 에피데믹 사운드는 같은 이름의 사운드트랙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웨덴 기업이다. 유료 구독 방식의 플랫폼이다. 4만개 이상의 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에도 공급한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에게 인기가 높다. 2021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했다. 올 초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스웨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IT 기업 2위로 선정했다. 지난해 매출 11억 8100만스웨덴크로나(약 1440억원)를 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가 있으며 미국 뉴욕·L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서울)에 법인을 두고 있다.
에피데믹 사운드는 갈수록 커가는 K팝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허글런드 CBDO는 "에피데믹 사운드 플랫폼에서 K팝은 가장 인기 있는 장르 100위에서 20위권으로 급상승했다"며 "한국 밖에서도 K팝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했다. "음악에 있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스웨덴 같은 나라"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스웨덴은 유럽의 작은 나라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최강의 저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스웨덴은 전통의 음악 강국이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1위인 스포티파이가 스웨덴 기업이다. 아바, 록시치, 아비치 등 유명 아티스트와 '작곡의 신'으로 불리는 맥스 마틴 등 세계적인 작곡가도 여럿 배출했다. 마틴의 경우 그가 참여한 곡 중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곡이 20개가 넘는다. 올해 K팝 노래 중 가장 오랫동안 빌보드 핫100에 머무른(25주 연속) '큐피드'도 스웨덴 대학생들이 만든 노래다. 에피데믹 사운드 역시 능력이 출중한 프로듀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허글런드 CBDO는 "음악 산업에 있어서 한국과 완벽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 오피스를 거점으로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이들이 수익을 만들면 한국 음악 생태계에도 이익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에피데믹 사운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아티스트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저작권 수익을 일정 부분 '선지급'한다는 점이 일반적인 레이블(음반기획사)과는 다른 점이다. 또한 회사와 아티스트가 저작권 수입을 5대5로 절반씩 나눠 갖는다. 일반적인 관행은 회사가 75%, 아티스트가 25%를 가져간다. 허글런드 CBDO는 "소속 아티스트의 평균 (저작권) 수입은 연간 5만달러 수준이며 20만달러 이상 수입을 올리는 아티스트도 있다"고 했다. 에피데믹 사운드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그는 신진 아티스트가 경제적인 안정이 뒷받침돼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에피데믹 사운드는 5명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인 아티스트를 영입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방송, 프로덕션, 광고,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파트너십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엔터, 스튜디오디스커버리코리아, 가우디오랩, K리그, 레진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허글런드 CBDO는 "조만간 (영입한 아티스트들의) 음원도 발표할 예정"이라며 "한국만을 위한 현지화 서비스도 곧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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