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균용 임명동의안 표결…與 "사법 공백 조장" vs 野 "부적격자" 전운 여전 [정국 기상대]
민주당, 진정 '국민을 위한 판단'하길 바란다"
野 인청위원들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격"
'부결 기류' 우세 속…사법공백 부담에 '주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전선에 여전히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실제 부결이 될 경우 '사법 공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대법원장으로서의 자격과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인사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6일 본회의에서 임명안이 부결될 경우 정쟁이 더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6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에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전 11시에 의원총회를 개최하며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인 오후 1시30분에 의총을 열고 이 후보자의 표결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임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거나 재산신고를 누락했다거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거나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졌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를 들며 후보자 임명을 반대해 왔다"면서도 "재산신고와 관련해 후보가 철저하지 못했던 점은 다소 인정되지만 이를 치명적인 결격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자의 임명안이 부결될 경우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질수록 국민이 법의 구제를 받을 길이 더 멀어지게 되는 것으로, 특히 법 이외에 아무 기댈 데가 없어 법원을 마지막 보루로 찾는 사회적 약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을 향해 임명안의 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75년 헌정사에서 대법원장 임명만큼은 여야가 대승적으로 협력해 왔다. 이번의 대법원장 공백도 30년 만에 일어난 이례적인 일로, 21대 국회가 대법원장 공백을 여기서 더 연장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법원장 신속 임명이 궁극적으로 민생 살리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 후보자의 임명안을 부결시키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의총에서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이 후보자 본인과 처가, 자녀의 재산 형성 과정 의혹과 재산신고 누락, 땅 투기와 관련 법 위반 의혹 등이 성토 대상이 됐다. 의총에 앞서 민주당 소속 인청특위 의원들은 다른 의원들에게 "이 후보자는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격"이라며 부결을 호소하는 친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기류는 홍익표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재확인 됐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이 사법부 공백을 언급하며 대법원장 임명동의 표결에 연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라며 "6일 본회의서 임명동의가 부결된다면 이는 오롯이 부적격 인사를 추천하고 인사검증에 실패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가 표결에 앞서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각에선 사법부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 1월 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을 제청해야 하는 대법원장의 공백에 대한 걱정과 대법관 1인당 4000건씩 쏟아지는 상고심 재판 지연과 적체에 대한 부담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은 오롯이 민주당이 지게 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법원장 공백이 이토록 길었던 적이 없었고 공백이 길어지는 이유가 오로지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라는 걸 국민도 다 알 것"이라며 "사법부 공백을 만들어냈다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인 만큼 상식적인 판단을 해줄 것이라는 당내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도 "대법원장은 아무리 여야가 정쟁을 크게 벌였어도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았던 사안인데, 이걸 부결시킨다고 하면 국정 발목잡기는 물론이고 사법부 마비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으로 다 가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부담이 없는 사안이지만 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서 민주당이 상식에 부합하는 선택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 같은 부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 임명안 부결의 당론 채택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인사 문제 관련 표결에서 자율 투표로 진행했던 관례를 이야기했고, 당론으로 채택하게 되면 민주당 전체가 받는 정치적 선택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답했다.
임명안 표결의 당사자인 이 후보자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가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원합의체 재판, 대법관 제청, 헌법재판관 지명, 각종 사법행정과 법관인사 등 중요한 국가 기능의 마비가 우려된다"며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모든 역량을 바쳐 재판지연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함으로써 국민과 재판 당사자가 조속히 평온한 원래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가결을 읍소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퇴임 이후 지금까지 대법원장은 공석인 상태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지난 1993년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실시에 따라 발견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이 전격 사퇴해 최재호 대법관이 2주간 권한대행을 맡은 이래 30년만의 일이다.
또 이날 본회의에서 만약 이균용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지난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집권 민주정의당이 소수 의석을 점하는 상황에서 야3당인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연대해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이래 35년만의 일이 된다. 당시에는 새롭게 지명된 이일규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이정우 대법관이 한 달간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바 있다.
안철상 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퇴임 이튿날인 지난달 25일부터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이날 임명된 신임 법관 121명은 대법원장 대신 '대법원장 권한대행 대법관 안철상' 문구가 적힌 임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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