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밀투표인데 ‘가결표 던졌냐’며 징계하자는 민주당

2023. 10. 6. 04: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5일 "이재명 사당화냐, 이런 정당이 공당이고 민주정당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비판한 말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일부 가결파 의원들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최소 29명으로 추정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5일 “이재명 사당화냐, 이런 정당이 공당이고 민주정당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비판한 말이었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일부 가결파 의원들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설훈 이상민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5명 의원에 대한 징계 청원이 당에 접수됐고, 당원 5만7086명이 동의했다. 5만명 이상의 청원이 이뤄지면 당 지도부가 답변해야 하는데, 윤리심판원에 사안을 넘겨 징계 여부를 판단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가결파 징계 논의는 비현실적이다.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전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최소 29명으로 추정된다. 징계 청원 대상에 포함된 의원 5명을 윤리심판원에 넘기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24명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 강경파 사이에서는 가결 추정 명단이 나돌았지만 자의적 명단일 뿐이다.

징계 명분도 없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이 진행됐다. 당론을 정하지 않은 비밀투표에서 가결표를 던진 것이 해당 행위라는 것은 억지 논리다.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투표한 행위를 징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초법적이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체포동의안 투표 하루 전에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해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가결표보다 정당 대표가 대국민 약속을 번복한 행위가 비난의 소지가 크다. 이 대표는 여기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가결파 징계 논의는 의견이 다르면 징계하고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으름장이다.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민주당은 강경파 일색으로 변했다. 이 대표를 비판하면 즉시 ‘배신자’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 ‘고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여권에 “상대를 죽여 없애는 그런 전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그런 전쟁이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자신의 문제로 불거진 당내 분란을 모른 체 하고 있다. 강경파의 주장을 묵인하는 행동이고, 당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갈등과 분열 극복을 방기하는 행위다. 일부 강경파의 주장을 국민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