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착한 자본과 선한 영향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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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올해 초만 해도 자립준비청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만회하고 싶은 반성적 사고가 은연중 작용한 건지,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취재하는 근래 일상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로 다가온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한 계기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청년들의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모아 자립준비청년과 사회를 잇는 접촉면을 넓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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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올해 초만 해도 자립준비청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개념도 명확히 몰랐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 명의 어른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만회하고 싶은 반성적 사고가 은연중 작용한 건지,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취재하는 근래 일상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돕겠다며 곳곳에서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어른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에 공감하는 바다.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는 것은 ‘선입견이 무너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과거에 얽매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어설픈 동정심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한 계기는 안타깝게도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청년들의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다. 한 달 뒤 윤석열 대통령이 자립준비청년이 보호종료 후 임시로 거주하는 충남 소재 전담기관을 방문하면서 효과가 커졌다는 게 현장 실무진의 얘기다. 일단 각계각층으로부터 후원금이나 생필품 기부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여기에서 후일담 하나. 당시 제빵업에 종사하는 한 자립준비청년이 구워준 빵을 맛보고 감탄한 윤 대통령은 돌아간 뒤 청년 앞으로 오븐을 선물로 보냈단다. 또 그곳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이름을 봉투에 일일이 적어 소액이나마 용돈도 챙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세심한 배려에 다들 놀랐는데 외부로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는 대통령실의 당부를 듣고 오히려 진정성을 느꼈다고 한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통 만 18세를 기점으로 홀로서기의 갈림길에 선다. 아동보호법 개정으로 만 24세까지 시설이나 위탁가정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순간이 그들에겐 곧 보호종료를 의미한다. 해마다 2000명 안팎의 자립준비청년이 거리로 나온다. 적어도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이 시기만큼은 온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제관념이 부족한 나이에 쥔 목돈(자립정착금 등)을 허투루 쓰고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유혹에 넘어가 나쁜 길로 빠지는 친구를 자주 목도하는 것도 이즈음이다. 제도적으로 얼마든지 보호망을 갖출 수 있는 대목이다.
자립준비청년의 돌봄은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고 미흡한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착한 자본과 선한 영향력의 힘’이 뭉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삼성뿐 아니라 많은 대기업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거나 멘토링과 취업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물밑에서 묵묵히 해왔다.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모처럼 열의를 갖고 법과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모아 자립준비청년과 사회를 잇는 접촉면을 넓혀줘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면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진리를 절절히 체감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굴레를 벗어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그들과 연계하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자립준비청년과 가장 가까이서 관계를 맺는 전담인력난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에서는 개인 상담사 1인당 담당하는 자립준비청년이 20명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립지원 전담인력 한 명이 60~70명을 돌봐야 한다. 깊은 유대를 쌓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열악한 처우 탓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자인 이들에게 정부가 파격적인 대우를 해줘야 자립준비청년과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관계 유지가 가능해진다. 민과 관의 역할을 구분하고 지원 체계를 한데 묶을 ‘통합 창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온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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