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책을 선물 받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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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다.
나는 연휴 때 읽을 책을 작은 서점에서 사기로 했다.
먼저 '책의 기분'이라는 서점에서 국내 작가들의 책을 주문했다.
포춘 쿠키를 쪼개듯이 상자 안에 무슨 책이 들어 있을지 기대하는 재미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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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다. 실물을 감각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무게와 부피. 판형과 표지 디자인. 인쇄된 잉크의 희미한 냄새. 손바닥에 느껴지는 표면의 질감. 낱장을 넘길 때 나는 소리. 책의 문장에서 얻는 의미도 크지만, 오감을 활용해 책을 만지다 보면 갖고 싶다는 구체적인 욕망이 든다.
나는 연휴 때 읽을 책을 작은 서점에서 사기로 했다. 먼저 ‘책의 기분’이라는 서점에서 국내 작가들의 책을 주문했다.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녹음이 우거진 숲에 들어선 듯한 향이 코끝에 닿았다. 종이 인센스의 향이었다. 마침 비가 와서 집안이 눅눅했던 터라 종이 인센스에 바로 불을 붙여 보았다. 젖은 낙엽 냄새, 빗물을 머금어 촉촉하게 부풀어 오른 이끼가 연상됐다. 짧은 손 편지도 있었는데 내 책에서 고른 문장도 한 줄 적혀 있었다. 선물 받는 이의 기분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 향기로운 포장이었다.
두 번째로 ‘무슨 서점’에서 ‘비밀 책’을 구입했다. 포춘 쿠키를 쪼개듯이 상자 안에 무슨 책이 들어 있을지 기대하는 재미는 덤이었다. 특히 ‘무슨 서점’은 근처의 ‘무화과 화원’과 협업해 책과 어울리는 꽃다발을 엮어 세트로 판매 중이었다. 책 표지에 어울리는 단 하나의 꽃다발이라니. 참신하고 아름다운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책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웃한 가게끼리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방법을 모색했을 그들의 궁리가 고맙게 여겨졌다.
내년부터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이 전액 삭감돼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나갈지 걱정이 앞선다. 지역 서점에서 다양하게 운영했던 문화 프로그램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손해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책의 문화적 가치’를 알기에 한 권을 포장하더라도 이토록 애정 어린 기획과 정성을 담아낸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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