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경 읽기

2023. 10. 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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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와 흑인 신학의 창시자 제임스 콘의 저작 이후, 이서 매컬리의 '진리는 나의 집에 있었다'는 한국 학계와 교계에 소개되는 첫 흑인 기독교 문헌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제4의 길은 노예 시절부터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으며 권위를 굳건하게 인정한 흑인 기독교 지도자들이 읽고 설교하고 적용한 그 유산 안에 신학적이고 상황적인 성경 읽기가 있었다고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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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진리는 나의 집에 있었다 (이서 매컬리 지음/백지윤 옮김/IVP)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와 흑인 신학의 창시자 제임스 콘의 저작 이후, 이서 매컬리의 ‘진리는 나의 집에 있었다’는 한국 학계와 교계에 소개되는 첫 흑인 기독교 문헌 중 하나일 것입니다. 책은 2021년 미국 복음주의 매체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선정한 올해의 책 중의 하나입니다.

‘성경은 미국 흑인의 존재와 공간을 지지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휘튼 칼리지의 신약학자 매컬리는 ‘제4의 입장’을 제안합니다. 미국 백인 주류 기독교의 제1의 길, 영어권 백인 보수 복음주의자의 제2의 길, 흑인 급진 신학자들의 제3의 길을 넘어 그는 복음 안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인식한 제4의 길을 말합니다. 물론 새롭게 창설한 것은 아닙니다.

제4의 길은 노예 시절부터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믿으며 권위를 굳건하게 인정한 흑인 기독교 지도자들이 읽고 설교하고 적용한 그 유산 안에 신학적이고 상황적인 성경 읽기가 있었다고 밝힙니다.

사회문화적 의제에만 집중해 성경 본문을 버리거나 반대로 성경 본문에만 치우치다가 문화적 현실을 배제하는 성경 읽기 대신, 복음과 상황 양자를 모두 붙잡은 성경 읽기가 흑인 교회 성경 읽기의 유산이자 전통이라는 사실을 역사적 해석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자 목적입니다.

저자는 책의 2장부터 미국 흑인의 역사와 현재를 반영하는 주요 주제, 즉 경찰 정치 정의 자부심 분노 자유 소망을 성경 신학의 논의와 엮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책은 ‘거기와 여기’ ‘그때와 지금’에 모두 충실한 해석과 적용이라는 성경해석학의 핵심 원리를 흑인 기독교 성경 읽기 전통에 성공적으로 실험한 사례 연구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한국 그리스도인 독자에게 주는 유익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의 성경 읽기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 그리스도인 대다수는 사실상 매컬리가 해설한 네 가지 길 중, 제2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영어권 백인 보수 복음주의자가 규정한 믿음과 행위의 틀 그 자체를 정통의 기준으로 의심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흑인 그리스도인 매컬리는 노예제를 통해 압제와 불의를 정당화하거나 침묵하는 두 번째 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인류 보편의 신앙 토대인 성경은 그의 흑인 조상들의 고유한 역사적 경험이란 대장간에서 제련돼 그들의 손에 다시 들려졌습니다.

신앙의 보편성과 고유성은 역사 속의 모든 그리스도인 집단이 소유한 유산입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토착화 한국화 같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서양인이 전수한 신앙을 그대로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성경적이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우리의 신앙 유산을 정의하고 정립하려는 노력은 늘 필요합니다.

이재근 광신대 신학과 교회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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