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할 수 없는 역할 교회가 희망과 온기로 감당해야”
‘2023 국민미션포럼’은 현실적 고민과 대안이 함께 제시된 ‘종합토론’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전문적 영역까지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시대에 차별화될 수 있는 목회적 역량’ ‘거대 자본이 투입된 AI 기술과 성경적 세계관의 충돌’ 등 챗GPT 시대에 진리를 수호해야 하는 크리스천의 깊은 고민이 담긴 주제들이 총망라됐다.
토론자들은 목회자의 예언자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두려움으로 AI를 바라보는 태도를 지양하고, 지혜로운 챗GPT 사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회가 AI를 잘 활용하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조성실 소망교회 온라인사역실장은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으로 생긴 새로운 일자리가 기존 실업자들에게 돌아갈 확률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지 고민하는 게 교회의 역할이며 존재만으로 소중하다고 말해줄 수 있는 온기가 목회자에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노훈 신촌성결교회 목사도 “AI가 할 수 없는 역할을 교회와 성도들이 감당해야 한다”며 “만남은 청년세대에게 가장 빈곤한 부분이며 이를 메워주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종원 경산중앙교회 목사는 “AI가 의도된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사용하는 인간에게도 도덕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챗GPT를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는 “챗GPT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영성 훈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라며 “특히 다음세대 성도들이 챗GPT를 통해 이단 종파의 잘못된 교리와 사상을 경험했을 때 바른 신앙관을 가르쳐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 현장을 포괄하는 키워드는 희망, 그리고 참된 소망이었다. 개회예배 설교를 전한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AI를 아무리 고도화하고 총명한 기술을 익혀도 교육의 부재로 인해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계승하지 못하면 이는 참된 지식을 잃은 시대”라며 “AI를 익히는 것만큼 중요한 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로 아는 것”이라고 전했다.
오전과 오후 발제 사이 열린 ‘다시, 희망의 교회로’ 기도회는 지적 탐구의 장과 영적 소망이 결합된 시간이었다. 기도회를 인도한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는 “우리가 모여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주신 특권이자 행복”이라고 전했다. 현장을 가득 채운 300여명의 참석자와 함께 ‘시대 변화 속에서도 복음으로 세상을 어루만지는 선교적 교회’ ‘시대를 분별하는 지혜와 소망 가득한 교회 공동체’ 등 기도 제목을 나누며 통성으로 기도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우리 생활 전반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왔지만 정작 인간성과 공동체성, 영성과 같이 삶에 있어 더욱 본질적인 가치들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교회 미래 비전이 교계에 공유되고 다음세대를 위한 청사진이 제시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포럼엔 준비 과정에서부터 부목사와 장로, 전도사 등 교회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주요 임직자들도 함께 초청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현장 참석에 제한이 필요할 정도였다. 울산, 대전, 충남 천안, 경북 경산 등 전국의 사역자들이 모여 내년도 목회 방향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도영진 신길교회 전도사는 “강연 내용처럼 챗GPT를 ‘부목사(Assistant Pastor)’가 아닌 ‘비서(Assistant to the Pastor)’로 사역적 목회적 부분에 접목하면 활용도 높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종근 경산중앙교회 장로는 “다음세대가 중요한데 시의적절한 포럼이 열려 반갑다”며 “교회 체육대회나 여름성경학교 등 사역을 기획할 때 챗GPT를 활용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혁신적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영적 본질을 되새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효용 새문안교회 교육목사는 “AI가 행정이나 설교 준비 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이 게을러지거나 AI에 끌려다니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미션포럼과 같은 시간을 통해 지식을 탐구하고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기영 김아영 최경식 조승현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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