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일 끝냈다"…과로∙저임금에 환멸 느낀 中젊은층 '퇴직파티'
중국에서 힘들게 취업한 젊은 층이 직장을 떠나며 ‘퇴직 파티’를 여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고 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저장성의 한 은행에서 일하던 ‘량’(가명)은 자신의 퇴직 파티를 열었다. 량과 친지들은 “망할 일을 끝냈다”는 현수막을 걸고, 전통악기를 치면서 퇴직을 축하했다. 테이블 위에는 많은 음식이 올려졌고, 결혼식에서 사용되는 등불이 주위를 밝혔다. 량은 CNN에 “기계화되고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숨이 막혔다”고 퇴직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량과 같이 퇴직 파티를 연 이용자들의 게시물 수백개가 올라와 있다.
CNN은 “중국의 암울한 경제 전망과 높은 청년 실업률 속에서 직장을 떠나는 것을 축하하는 일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라며 “학업으로 경쟁하고, 힘겹게 취업문을 연 젊은 층이 과로와 저임금을 마주하며 직장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우 중국판 수능인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에 연간 1000만명이 응시한다. 취업에 ‘명문대 스펙’이 중요해 가오카오를 위해 각고의 준비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힘들게 대학을 졸업해 취업해도 기다리는 건 정체된 임금과 과로다. 2021년 기준 중국의 대학 졸업자 평균 임금은 5833위안(약 110만원) 수준이다.
이에 낸시 치엔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어린 시절을 희생하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 속에 살았던 젊은 세대가 그 대신 임금 정체와 극심한 과로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야오 루 미국 컬럼비아대 사회학 교수는 “근로자의 상당수가 자신이 한 공부에 비해 그 정도의 능력을 필요치 않은 직업에서 일하게 된다”며 “이런 불일치가 젊은 층의 직업 불만족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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