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보다 싸도 안 팔린다, 오피스텔의 추락

김원 2023. 10.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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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63빌딩에서 바라본 오피스텔이 밀집한 빌딩 모습. [뉴스1]

30대 윤모씨는 2018년 2억원대에 매수한 서울 강서구의 원룸형 오피스텔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임대 수익이 월 70만원가량인데, 은행 이자와 세금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최근 이 오피스텔을 5년 전 매수가 보다 3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내놓았지만 아무 연락이 없다. 500실 규모의 이 오피스텔에서 올해 거래된 건 7실뿐이다. 윤씨는 “오피스텔을 먼저 정리한 다음 지금 사는 아파트를 팔아 양도세 비과세 적용을 받은 뒤 이사 하려고 했는데, 오피스텔이 팔리지 않아 꼼짝 못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 등 ‘두 마리의 토끼’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애물단지’ 일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대체 주거시설인 오피스텔 시장이 크게 위축했다. 5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 보니 1~8월 기준 전국의 오피스텔 거래량은 올해 1만7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939건)보다 47.4% 감소했다. 2021년 1~8월 거래량(4만3124건)과 비교하면 58.6% 줄어들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오피스텔은 2021년 아파트 시장의 가격 급등,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의 풍선효과 등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당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수천 대 1까지 치솟으며 과열 양상을 띠기도 했다. 2021년 11월 진행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청약에는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398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양 중도금과 잔금 대출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개인 소득이나 대출 여부 등에 따라 잔금 대출 전환이 불가능한 경우가 생겼다. 게다가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오피스텔 시장 전반이 위축됐고 역전세난, 전세사기 등에 노출돼 임차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투자 매력도 낮아졌다.

이렇게 오피스텔이 수요자의 외면을 받으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9.55로 신표본 조사(2020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째 하락 중이다. 수요가 줄자 오피스텔 공급량도 급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분양물량(예정 포함)은 2022년(2만6587실)보다 30.8%(8183실) 감소한 1만8404실로 집계됐다. 오피스텔 미분양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는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 향후 주택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올해 전국 1~8월 주택 착공 물량은 11만3892가구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26만1193가구)보다 56.4%나 줄었다. 그동안 부족한 아파트 공급 물량을 오피스텔이 일부 대체해왔지만, 오피스텔 시장마저 침체한다면 공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등 비아파트 수요 진작책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오피스텔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이 컸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지만,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한 경우에는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된다. 하지만 대출을 받을 때는 철저하게 ‘비주택’으로 분류된다. 오피스텔 소유주는 정책 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오피스텔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었다. 대신 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에 건설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등 대책만 내놓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뚜렷한 수요 진작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공급확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오피스텔 시장은 수요와 공급 모두 위축된 가운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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