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자율주행 택시 도입? 먼저 시행한 미국선 ‘사고뭉치’

김수민 2023. 10.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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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 GM의 로보택시 크루즈. 지난 2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크루즈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GM]

정부가 심야시간대에 자율주행 버스·택시를 도입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지만 세계 곳곳에서 인명사고나 법정 소송이 발생하면서 “안전 대책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기술 발전을 위해선 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달 19일부터 심야 자율주행 버스 등 모빌리티 분야에 특화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24시간 자율주행 택시를 허용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선 최근 인명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논란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한 여성이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아래에 깔려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보택시는 여성의 몸이 차에 닿자마자 브레이크를 작동했지만, 차가 멈췄을 때는 이미 여성이 차체에 깔린 뒤였다.

지난 8월 14일에는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2대가 환자를 태운 응급차를 약 90초간 가로막아 병원 이송 시간이 늦어지고, 결국 환자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무인’의 특성을 악용해 차 내에서 성관계를 맺는 등의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은 “사고 조사가 끝나고 안전 개선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때까지 로보택시 운행 대수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크루즈는 그동안 낮에 100대, 밤에 300대의 로보택시를 운행했다가 각각 50대, 150대로 감축한 상태다.

모빌리티 회사의 법적 책임 공방도 불거졌다. 2019년 테슬라 모델3를 타고 가다 숨진 미카 리(당시 37세)의 유족 등이 테슬라를 상대로 낸 민사 재판이 지난달 말 시작됐다.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장치) 작동 중 일어난 사망사고에 대한 재판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향후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주장을 시험할 것”이라며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판명되면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려는 머스크의 노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되레 국내에서는 서울 상암동 일대와 청계천 변, 테헤란로, 여의도 국회 인근 등에서 로보택시 실증 사업을 진행하지만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계천 변과 상암동 등에선 정해진 목적지를 다니는 셔틀 형태로만 운행된다. 운전개입·안전·안내 등을 위해 안전요원이 탑승해 있다는 점도 미국·중국의 로보택시와 다른 점이다.

일본 역시 자율주행 발전이 더디다는 비판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일본은 3년 이내에 50개 지역에 무인 자동차 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후쿠이현에서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람이 있는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한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업계에서도 가장 아찔하게 여기는 일이 인명사고”라며 “다만 보다 안전한 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실증을 통한 시행착오가 쌓여야 한다. 규제만 앞세웠다가 자율주행 시대에 스스로 고립되는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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