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포터·봉고차’ 역사 속으로…현대·기아, 전기·LPG만 만든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발’로 불리는 디젤 1t 트럭 시대가 저문다. 디젤 모델이 단종되는 대신 전기와 액화석유가스(LPG) 트럭이 이를 대체한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1t 디젤 트럭 퇴출을 공식화했다. 두 회사가 대리점에 배포한 납기표에 따르면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디젤 모델은 다음 달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된다. 2륜과 4륜을 포함한 모델 전부다.
포터는 1977년 데뷔했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과 연료비를 앞세워 봉고(1980년 출시)와 함께 국내 상용차 시장을 양분해 왔다. 이번에 단종되면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디젤 포터의 시대는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향후 전기와 LPG 트럭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디젤의 빈자리를 메울 LPG 트럭에는 3세대 T-LPDI 엔진을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 LPG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해 출력과 토크를 높인 게 특징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포터의 디자인 변경도 고심하는 중이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포터에는) 버리는 공간이 1㎝도 없다”며 “이렇게 쓸모가 많은 차를 제대로 디자인한다면 그거야말로 대한민국의 풍경을 바꾸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트럭 시장에서는 최근 전기 트럭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판매를 시작한 1t 전기 트럭은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했다. 포터 전기 모델은 지난해 3만3191대가 팔렸다. 최대 대당 2350만원인 ‘화끈한 보조금’ 덕분이다. 대당 4370만~4550만원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일반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국내 전기 트럭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국 전기차 1위 비야디(BYD)는 올해 초 GS글로벌과 손잡고 1t 전기 트럭 티포케이(T4K)를 출시했다. 아직 월간 판매량이 100대 이하로 저조하지만, BYD는 서비스망을 넓히는 등 국내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대창모터스, 이브이케이엠씨 등 중국산 소형 전기 상용차 부품이나 완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기 트럭의 환경 개선 효과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린다. 전기 화물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승용차의 2.5배 수준이지만 트럭 생산에서 폐차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내연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형 전기 화물차의 환경 편익은 대당 200만원 수준”이라며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구매 보조금 1200만원은 환경 편익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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