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지원 여론 악화…‘북한 남침 때 파병’ 찬성 50%뿐
미국 공화당 내 소수 강경파가 주도한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낙마에 이어, 연방정부 ‘셧다운(예산 지출 중단)’ 사태에 다시 직면할 위기에 빠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우회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미국인 사이에선 전과 달리 부정적인 의견이 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가중된 피로감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학자금 채무탕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상·하원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했던 다수 의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 현안에 대해 조만간 중대 연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다수를 점한 하원이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승인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한 것과 관련해선 “다음 지원분에 대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이 있다”며 의회 예산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령 등 우회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공개된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3%가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수 물자 제공에 찬성했다. 다만, 지난해 3월 같은 조사에서 기록한 79%와 비교하면 찬성 여론은 줄었다. 민주당 지지자의 77%, 공화당 지지자 50%가 찬성했다. 공화당 지지자 찬성 여론은 1년여 만에 80%에서 50%로 확 떨어졌다.
CCGA는 “역사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보다 미군의 해외 주둔 등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런 전례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고 있다”며 “공화당 지지자들의 변화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을 보내 방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찬성한 응답은 50%로 나타났다. 찬성 비율은 2021년 63%, 지난해 55%에 이어 지속적 하락세를 보였다. 공화당 지지자의 찬성 비율은 같은 기간 68%→54%→46%로 보다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렸다.
중국이 일본을 침공할 경우 보호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반대(55%)가 찬성(43%)을 앞섰다. 주한·주일미군 주둔 필요성에는 각각 63%와 65%가 찬성했다. 1년 전 조사보다 각각 14%포인트와 7%포인트 줄었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동맹에 예산을 투여한 안보 제공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한국과 일본, 대만과의 관계 강화가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각각 71%, 77%, 65% 비율로 찬성 의견을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강태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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