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에 휘둘린 정치…“지금이 민주주의 위기” 미국 내 비판론
234년 미국 의정 사상 처음 벌어진 하원의장 해임 사태 이후 미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와 자성론이 분출하고 있다.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모습”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알렉스 키사르 하버드대 교수도 “미국 민주주의는 이미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고 허약한 상태”라며 “하원에서 드러난 ‘무질서의 위기’가 증세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학계와 정가는 이번 의장 해임 과정에서 정당 주변부의 소수 강경파가 전체를 쥐고 흔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강경파 8명은 전체 하원 의석수(재적 435명)의 1.8%에 불과하다.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촉발한 ‘극단의 정치’ 심화 원인을 놓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WP는 “정치학자 등은 소셜미디어와 케이블뉴스가 정치인들에게 유권자 대신 카메라를 위해 일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이안 샤피로 예일대 교수는 “사람들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정당이 매우 강하다는 오해”라며 “하지만 최근 정당 자체는 소수의 주변부 사람들에 통제되면서 체질적으로 약해졌다”고 말했다.
공화·민주 가운데 특정 정당이 확실하게 우세를 점하는 지역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붉은색(공화당 상징색)이나 푸른색(민주당) 중 한쪽이 도배하다시피 하는 선거구는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결정되면 본 선거는 요식행위로 전락한다.
공화당에선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한 맷 게이츠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95~99년 하원의장을 맡았던 뉴트 깅그리치 전 의원은 이날 WP 기고문에서 “게이츠는 반(反) 공화당원이며 공화당 하원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공화당 내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냈다. 그는 프리덤 코커스 창립 멤버이자 친트럼프 인사다. 스티브 스컬리스 당 원내대표도 도전 의사를 밝혔다. 다만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게 변수다. 이밖에 ‘공화당연구위원회’ 의장 케빈 헌 의원, 하원 규칙위원장 톰 콜 의원 등도 후보군이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론되고 있지만 주변에선 대통령 재선 캠페인에 집중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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