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트렌드가 가장 먼저 발화되는 그곳, 런웨이와 백스테이지에서 건져 올린 2023 F/W 시즌의 뷰티 신 스틸러! 눈부실 만큼 블링블링하게 반짝이는 메탈릭한 바이브부터 눈이 시리도록 강렬한 마젠타, 핑크, 바이올렛 등으로 물든 색조 파라다이스, 아이코닉한 1990년대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Y2K & 미니멀 누드 글로까지~. 가장 뜨겁고 화려하게 빛나는 뷰티 르네상스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 Beauty trend report 2023 」
「 red fever 」
클래식한 트루 레드부터 핑키한 레드, 네온 오렌지빛 레드와 버건디 딥 레드까지! 이번 시즌에는 다채로운 레드의 변주뿐만 아니라 극과 극의 질감 표현이 모델들의 입술을 화려하게 빛냈다. 울트라 샤이니한 광택과 매트하고 파우더리한 벨벳 립이 그것인데, 같은 레드지만 피니시에 따라 오라는 확확 달라졌다. 아르마니, 에밀리아 윅스테드, 돌체앤가바나 등은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우아하면서도 파워풀한 레드 립, 글로시하게 코팅된 버건디 레드를 대거 선보이며 립 트렌드에 합류했다. 런던의 데이비드 코마 쇼 메이크업을 담당한 아티스트 패트릭 글라타르 역시 레드 립 트렌드를 적극 지지했다. 그는 “레드의 무한한 가능성이 발현된 시즌이었어요. 저 역시 레드를 스파클링, 글리터 등의 요소와 함께 색다르게 활용했죠”라며 레드에 대한 무한 찬사를 보냈다.
「 Y2K Continues 」
소프트 스모키의 귀환
그런가 하면 라떼 시절 스모키 화장의 컴백도 눈에 띈다. 과거의 스모키 메이크업이 전형적인 기존 센캐 언니를 떠올리게 하는 블랙과 잿빛 아이섀도 일색이었다면 요즘의 스모키 스타일은 이전에 비해 훨씬 우아하고 모던해졌다. 디올과 에트로의 뮤즈들처럼 살짝 번진 듯한 아이라인이나 눈가를 따라 조금 얼룩져 보이게 블렌딩한 섀도를 비롯해, 제이슨우 컬렉션처럼 다크 브라운 컬러 섀도를 넓게 펴 발라 블랙에 비해 한결 부드럽지만 스모키 아이의 테크닉은 그대로 반영한 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극세사 브로 실화?
‘면’이라기보다는 ‘선’의 속성에 더 가까울 지경. 그야말로 눈썹이 있어야 할 자리에 덩그러니 선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게 레알 눈썹이야?’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초극세사 브로 메이크업 역시 Y2K 뷰티의 잔재. 2000년대 밀레니얼 스타일이 얇은 눈썹이었다면 이번엔 두께감이라곤 없는 선으로 대체됐다는 게 새롭다. 본래의 눈썹은 탈색에 가까울 만큼 색을 밝게 처리하고 그 위로 아치형의 일명 ‘갈매기’ 스타일의 선을 쓱 그려주면 극세사 마이크로 브로 완성~.
#레이어드허시커트 #아웃컬커트
세련된 네이밍이 붙었지만 스타일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원형은 우리에게 친숙한 섀기 커트라는 것~. 그런데 섀기 커트가 원래 이렇게 세련되고 근사했었나 싶을 만큼 멋지게 소화해낸 쇼가 이번 시즌 특히 많았다. 로에베와 구찌, 알레산드라 리치 쇼에서 목격된 1990년대 스타일의 구불구불한 섀기 펌과 거지 존 허시 커트 헤어는 힙함 그 자체. 앞서 나열한 쇼의 공통된 특징은 그때 그 시절 헤어를 소환했지만 적당히 힘을 뺀 쿨 앤 더 갱 스타일을 유지했다는 것!
미래지향~ 사이버틱 바이브
밀레니얼 바이브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건 단연 반짝이고 미래지향적인 요소들이다. 현실판 뷰티 룩으로 접목시키기엔 다소 난해해 보이는 홀로그램 섀도와 금속성 포뮬러, 반투명의 디테일은 샤넬과 끌로에, 오프화이트, 구찌 쇼에서도 발견됐다.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마르셀로 구티에레즈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Y2K 모티브지만 컬러적인 면에서 웨어러블함을 찾을 수 있어요. 은은한 파스텔 보랏빛이나 물 빠진 하늘색 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환상적인 광채를 부여하는 거예요”라며 동의했다.
「 Nail 」
2차원 네일을 넘어선 입체감 만렙의 3D 디테일이 런웨이를 점령했다. 글리터나 펄 포인트는 이제 평범해 보일 정도. 주렁주렁한 체인과 후프, 참 장식 같은 금속 악센트를 활용해 네일 피어싱을 하거나 오버사이즈 스틸레토 네일 팁에 손톱만 한 사이즈의 크리스탈 빅 스톤으로 화려함을 더한 디자인, 리퀴드 젤로 올록볼록한 엠보싱 볼륨을 만든 네일 디자인까지 그야말로 맥시멀 바이브가 가득하다.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네일 아티스트 후앙 알베아르(Juan Alvear) 역시 손톱 1개당 무려 4cm 정도에 버금가는 익스텐션 네일 팁은 기본이고 거기에다 예술적인 영감을 집약해 담아내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예고했다.
「 Hundreds of Gems 」
블링블링 자체 발광~. 화려함을 넘어선 장식적인 뷰티 디테일은 여전히 극호! 피터 도 쇼에서 보여준 주얼리로 뒤덮인 눈가와 지암바티스타 발리를 위해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마야가 선보인 양 볼과 광대에 자리 잡은 글리터와 보석들, 에르뎀 쇼 모델들의 헤어에 흩뿌려진 스파클링 파우더까지! 그야말로 눈부신 황홀경을 선사하는 다채로운 주얼 포인트가 컬렉션을 가득 채웠다. 또한 핑크와 퍼플, 블루 컬러의 미세한 펄 입자로 구조적인 아이라인을 그려 넣는가 하면 압도적인 글리터 피그먼트를 이마에 패턴처럼 얹어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색과 텍스처의 다채로움만큼이나 뷰티 신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메탈릭 터치의 무한 변신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 bold vs bleached 」
지난 시즌 눈썹을 탈색한 채 공식석상에 나타난 켄달 제너를 기억하는지? 그녀의 파격 행보 이후 블리치드 브로는 한동안 핫한 트렌드 키워드로 등극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 바로 그 블리치드 브로가 대활약을 한 것. 눈썹이 없는데 예쁠 수가 있어? 싶겠지만 디올과 막스마라, 발맹 쇼에 등장한 모델들을 보면 클린한 피부와 어우러진 블리치드 브로가 기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눈썹의 과장된 존재감에 과몰입한 쇼들도 눈에 띄었다. 보통 눈썹의 2배가 되는 두께로 파스텔 페인팅을 그려 넣은 쇼부터 눈썹 위에 한 땀 한 땀 꽃잎과 비즈 장식을 새겨 넣은 이마네 아이시 쇼의 모델들까지! 한껏 강조된 눈썹의 오라만이 유일한 메이크업이자 얼굴의 액세서리가 된 극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 neo-gothic 」
고전적인 고스 룩이 아닌 반항적이고 모던한 고딕 바이브를 즐길 차례. 스킨헤드에 강렬한 블랙 아이라인과 피어싱으로 멋을 낸 반항적인 발렌티노 우먼, 저승사자 같은 블랙 립 메이크업에 벨벳과 러플, 리본 디테일의 드레스로 섬뜩한 고딕 프린세스를 재현한 로다테 쇼의 뮤즈들까지! 거칠고 파격적인 잔혹 동화가 떠오르는 고딕 룩은 쇼를 보는 재미를 한껏 상승시킨 확신의 키워드임에 분명하다. 을씨년스럽고 음산한 포스로만 느껴졌던 검붉은 입술과 파격적인 블랙 아이 메이크업이 이렇게 모던한 미학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건 런웨이이기에 가능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