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복구" 사칭해 스캠코인 판매…71억 챙긴 사기조직

인천경찰청, 9명 구속·84명 입건
중견기업 대표 사칭해 추가 구매 유도도

주식·코인 투자로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손실금을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또 다른 코인을 사게 하는 수법으로 70억원 넘게 챙긴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5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범죄집단조직과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총책 A씨(35) 등 9명을 구속하고 텔레마케터 B씨(25) 등 8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회식 장소에 모인 '스캠 코인' 사기조직의 모습[사진출처=인천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인천과 경기 의정부 등 4곳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피해자 123명으로부터 7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이들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텔레그램에서 불법으로 사들인 다음 '증권회사 손실 복구팀'을 사칭해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주식이나 코인으로 손해를 입은 분들에게 환불해주고 있다"며 "금융거래보호법상 현금으로는 보상할 수 없어 코인으로 지급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어 이들은 실질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해당 코인이 마치 조만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처럼 꾸며 피해자들에게 이 코인을 매수하게 했다.

이후 팀장급 조직원이 실제 중견기업 대표를 사칭하며 "코인 명부를 보고 전화했다"며 피해자들에게 다시 접근해 "당신이 보유 중인 코인은 상당한 투자 가치가 있어 대량 구매할 테니 물량을 1만 개 단위로 맞춰 달라"고 속였다. 이 말을 믿은 피해자들은 텔레마케터에게 다시 연락해 코인을 추가로 구입했다.

피해자와 사기조직 조직원 간의 메신저 대화 캡처[이미지출처=인천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그러나 기업 대표를 사칭한 팀장급 조직원은 코인 거래 예정일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라거나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했다"며 거래를 연기하다가 결국 연락을 끊었다. A씨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무료로 주거나 판매한 코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일정 기간 거래가 제한(Lock-up)돼 실제로는 가치가 거의 없는 스캠(사기) 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축을 이룬 A씨 일당은 친구를 끌어들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20~30대를 조직원으로 모집했다. 11개 팀으로 나뉜 조직원들은 스캠 코인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와 중견기업 대표를 사칭해 스캠 코인 추가 매수를 유도하는 팀장 등으로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했고, 이들은 범죄 수익의 5~35%씩을 가져갔다.

조직원들은 매일 스캠 코인 판매 실적을 A씨 등 윗선에 보고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회식과 성과급 지급 등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코인을 이용한 사기 조직의 사무실 위치를 알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5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A씨 일당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 또 이들의 범죄 수익 7억5000만원가량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으로 동결 조치했다.

인천경찰청 보이스피싱 전담팀 관계자는 "최근 '투자 손실을 보상해주겠다'며 접근해 코인 구매를 유도하는 신종 사기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