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등장하면 리튬이온 배터리 망하나요…LG·SK·삼성, 승자는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NCM) 리튬이온 배터리에 수십조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4년 후에는 한국과 일본 경쟁 기업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하고 성능도 좋아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 풀리면 NCM 배터리는 설 곳을 잃지 않을까. 쉽게 말해 LCD 등장 후 사라진 브라운관 TV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보다 2~3년 정도 빠르다. 삼성SDI는 전기차 실제 장착 테스트를 거쳐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대량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상반기 국내 최초로 수원 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도 마련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 6월 '53주년 창립기념식'에서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2027년 양산 일정에 맞는 고객사를 확보했고 복수의 완성차업체들과 협의 중이다.
삼성SDI보다는 약간 늦지만 NCM 시장의 강자인 국내 다른 배터리사도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SK온은 내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8년 상용화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배터리 3사가 전고체 생산을 준비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전고체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 즉 시기다.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당장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과 안전성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협의하는 과정만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상용화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도 많고 새로운 제조 공정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한 배터리업계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해도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에 맞추고, 완성차 업체와 차 출시 일정을 조율해서 실제 공급하기까지 길게는 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NCM 강자인 배터리 3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좋다.
반면 삼성SDI는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는 시제품 개발과 고객사 테스트를 동시에 할 계획이다. 시제품1을 만들어 고객사에 넘겨 고객사가 테스트하는 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제품2를 만들고 이를 또 고객사에 넘겨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특정 시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고객사에 넘기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바로바로 시제품 성능을 검토할 수 있게끔 개발 단계부터 같이 움직이겠단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시제품을 하나만 개발하는 게 아니라서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시간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기업이 꼽는 최대 경쟁자는 일본 완성차업체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 6월 “2027~2028년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기존 목표(2025년)보다 늦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10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이 바로 도요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가 개발에서 앞서긴 했지만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풍부한 공장 생산 여력과 초기 수율 안정화 능력 등도 중요하다”고 했다.
2027년 무렵 전고체 배터리가 나와도 당장 NCM 배터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고체 배터리 개화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았다는 평가다. 시제품, 테스트, 양산까지 5년이 걸린다.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해도 초기 탑재 차량 비율은 1% 내외로 예상된다. 위기감을 느끼려면 전체 시장에서 40%는 넘어가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LCD TV에 밀려 브라운관 TV가 없어진다고 했는데 10년은 더 갔다”고 말했다.
시장 상륙 이후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초기에는 아무래도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비싸 고가 차량에만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더 내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을 잠식한다기보다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관련 기술을 개발한 석학 3명이 노벨화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혁명적인 발전의 산물”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NCM 배터리 단점인 화재 폭발 위험을 줄이겠다는 공학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고체 화약인 TNT(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를 예로 들며 전부 고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체를 이온이 뚫고 지나가는 건 화학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기술이라고도 했다. 그는 “NCM 배터리 뒤를 이을 전고체 배터리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실제로 만들 수 없거나, 양산에 성공해도 너무 비싸면 그림의 떡”이라며 “NCM 개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전고체 배터리= 충격을 받거나 과도한 열이 발생하면 폭발할 수 있는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차세대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화재 위험이 매우 낮다. 액체와 분리막이 없어 크기도 절반 수준으로 작다. 완충시 주행거리는 약 800㎞로, 리튬이온 배터리(약 500㎞)보다 뛰어나 배터리업계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통한다. 가격은 현 시점 기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수십배 정도 비싸지만, 기술발전과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전고체 배터리 내 양극재와 음극재를 구성할 핵심 원료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여러 광물들의 조합을 시도해보는 단계에 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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