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블랙리스트 재조사 주장에…유인촌 “盧·文정권까지 넓히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5일 이명박(MB) 정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정부엔 블랙리스트라는 말 자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MB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데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유 후보자의 이름이 무려 104번 언급돼 있다”며 “유 후보자를 중심으로 소속기관을 장악하고,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유력 인사들이 대거 구속되고 징계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제 이야기를 104번씩 거론했다면서, 왜 저는 구속 안 했는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엔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없었고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제가 있을 때 정말 몇 명이 그런 것(블랙리스트)으로 인해 자신들이 배제당했는지 확실하게 좀 알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
「 ☞국회의 숨은 주역, 보좌진의 프로필이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s://www.joongang.co.kr/atoz/63)
」
유 후보자는 장관 재직 당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 정부 사람이라서 해임된 게 아니라, 업무적 역량과 여러 문제가 지적되니 결국은 (그분들이) 정치적인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 의혹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하자 임종성 의원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사실상 위증에 해당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임오경 의원도 “현재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고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이왕 재조사를 한다면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노무현·문재인 정부까지 다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유 후보자를 엄호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 후보자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처벌받거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냐”며 “전혀 없는 사실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도 “제가 확인한 문건(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은 ‘국정원 원 트랙’으로 가동됐다는 것”이라며 “(백서에)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유 후보자의 장관 재직 시절 욕설 논란 동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생되며 여야 공방으로 번지기도 했다. 임오경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며 촬영기자들을 향해 “오늘은 후보자에게 촬영 허락을 받았냐”고 묻고는 준비한 동영상을 재생했다. 지난 2008년 유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으로서 국정감사에 참석했을 당시, 상임위 파행에 항의하며 취재진을 향해 “찍지마 XX”이라고 소리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 앞 내용은 말한 적 있지만, X로 자막처리된 부분은 제가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체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여야가 (틀기로) 합의되지 않은 영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유 후보자가 마치 직접 욕설을 한 것처럼 방송사에서 자막을 달면서 생긴 오해”라고 옹호했다.
총 162억6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유 후보자의 증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임오경 의원은 “후보자의 차남은 2014년 군대를 제대한 다음해에 6억2500만원에 성동구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런데 이때 나이 27세였고 담보 대출도 없었다”며 “공교롭게도 열흘 뒤 (31세인) 장남이 같은 단지 아파트를 7억원대에 담보 대출 없이 매입했다. 아들들의 능력이 뛰어난 건가, 아니면 아빠 찬스를 사용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그 부분은 제가 증여했다고 자료에도 명기했다. 그에 따른 증여세도 납부했다”고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증여세 납부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자녀들은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지침에 따라 고지를 거부한 것”이라며 “저와 배우자 관련 모든 납세 자료나 부동산 관련 자료는 충분히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편, 청문회 후반부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를 주제로 여야가 언쟁을 벌이다 청문회가 1시간30분 가량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블랙리스트 문제를) 구체적 증거가 아닌 추정과 백서를 가지고 몰아붙이듯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그런 논리면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증거자료도 있는 이재명 대표는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도 왜 책임지라고 얘기 안하냐”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서 이재명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민주당에서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오자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말 좀 가려서 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홍익표 위원장이 “잠시 정회하겠다”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김다영·김준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朴 커터칼 테러때 도착한 쇠고기, 거기엔 아베 편지 있었다 [박근혜 회고록 2] | 중앙일보
- 다리 벌린 남성, 다리 모은 여성…"성차별" 지적 받은 이 포스터 | 중앙일보
- "52층서 반려견 안고 뛰었다" 타워팰리스 화재, 150명 대피소동 | 중앙일보
- 라켓 부순 권순우, 비매너 여파? 유빈과 열애 5개월 만에 결별 | 중앙일보
- '가을의 전설' 58세 여배우 "28년전 성폭력 당했다"…소송 제기 | 중앙일보
- 남경필 장남 "아빠, 내 마약 때문에 선거 졌죠?" 묻자 그의 대답 | 중앙일보
- 강서구 중3 여학생 극단선택…종례시간 직후 건물 6층서 투신 | 중앙일보
- 한국말로 "안세영 대박"…상대선수도 실소 터진 '철벽 수비' | 중앙일보
- 심판 몰래 송민규 때려놓고…우즈벡 감독 "한국 유리한 판정 있었다" | 중앙일보
- 군인 감동시킨 카페 알바생 메모 한 줄…"돈쭐 내자" 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