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회계공시 안 하면 세액공제 못받아…산하조직도 제외

나상현 2023. 10. 5. 15: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 개통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조합원 1000인 이상 대형 노동조합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특히 상급단체가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조직 역시 공시 여부와 상관 없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지만, 양대노총에선 ‘노조 탄압’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11월 30일까지 노동행정 종합정보망 ‘노동포털’ 내에 마련된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통해 2022년도 결산결과를 공시할 수 있다고 5일 밝혔다. 당초 고용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3개월 앞당겨 이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11월 30일까지 공시해야 세액공제 15% 혜택


노조 회계공시는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와 연계돼 있다. 조합원 수 1000인 이상 노조의 경우 공시를 하지 않으면 내년 1월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15%(조합비 1000만원 초과시 30%)를 적용받지 못한다. 단, 회계공시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인 올해 1~9월 납부분에 대해선 공시 여부와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00인 미만 노조의 경우 공시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00인 이상 상급단체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이 회계공시를 거부하면 산하 노조 모두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 5일 오후 3시 기준 4개 노조가 회계공시를 등록했다. 홈페이지 캡처

‘1호 공시’ 삼성디플 열린노조 “노조 신뢰 회복해야”

시스템이 열리고 가장 처음 회계 내역을 공시한 노조는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이다. 일명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연합회 소속으로, 지난해 6월 설립됐으며 양대노총에 속해 있지 않다. 현재 시스템을 통해 조합원 수를 비롯해 자산 및 수입·지출 현황까지 확인 가능한 상태다.

유하람 열린노조 위원장은 통화에서 “원래부터 사내 비조합원들에게도 회계를 공시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바로 등록했다”며 “물론 '상급단체 부과금', '하부조직 교부금' 등 노조 간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내역도 있어 일부 노조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조가 국민적 신뢰를 받기 위해선 투명한 회계 공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참여율이 높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회계를 공시한 노조는 열린노조를 포함해 4곳에 불과했다. 회계공시 대상 노조와 산하 조직은 673곳이지만, 고용부가 지난달 실시한 오프라인 교육엔 12.5%에 불과한 84곳만이 참석했다. 고용부는 11월 30일 최종 참여율을 집계·발표할 계획이다.


양대노총 “노조탄압”…고용장관 “민주적 노조운동 유도”


양대노총은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연좌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한국노총은 “조합원 알 권리 보호가 아닌 노동조합 망신 주기가 목적”이라며 “정말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 하고 싶다면 그런 회계 시스템을 개발해서 시기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회계 담당자들을 교육하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조 탈퇴를 유도한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며 “노조 운영에 지배 개입하거나 간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민주적인 노조 운동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 회계 공시 제도는 노조 회계 투명성에 관한 획기적인 이정표가 됨으로써 노조 제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