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 뜨자 부산 ‘활짝’…단체 셀카 진풍경까지 [2023 BIFF]

김예슬 2023. 10. 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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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윤발. 사진=김예슬 기자

영원한 ‘따거’가 한국을 찾았다. 1980~19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를 이끈 배우 주윤발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2009년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 홍보 차 한국 땅을 밟은 이후 14년 만의 내한이다. 5일 부산 우동 KNN시어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주윤발은 한국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냄은 물론 최근 불거졌던 가짜뉴스와 기부 소식에 관한 솔직한 생각, 그간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며 느낀 소회를 전했다. 회견 중 인상 깊던 몇몇 순간을 정리해봤다.

‘한잘알’ 주윤발의 낙지·번데기·갈비탕 사랑

이날 주윤발은 한국을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부산은 굉장히 아름답다”고 말문을 연 그는 “동백대에 가 사진을 찍었다”, “이틀 연속 조깅을 했는데 사람들이 반가워해서 기분이 좋았다” 등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일정을 마치면) 낙지를 먹으러 갈 것”이라고도 했다. 1980년대에 영화 촬영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일을 회상하던 그는 “당시 촬영 스태프들이 양식을 먹을 때 난 갈비탕과 김치를 먹었다”며 한식 사랑을 숨기지 않아 현장을 웃음으로 채웠다. “남대문에서 번데기도 사 먹곤 했다”, “집에도 한국의 옛날식 장롱이 있다”, “한국문화가 정말 좋다” 등 한국에 애정을 쏟아내던 그는 “한국 팬들에게 사랑받아 기쁘다”며 감사해했다.

주윤발. 사진=김예슬 기자

‘영웅본색’만? 주윤발 직접 꼽은 대표작 3

주윤발은 1970년대에 데뷔해 10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주력 분야인 액션을 비롯해 멜로, 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영웅본색’(1986)을 비롯해 ‘가을날의 동화’(1987),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 등이 그의 대표작으로 회자된다. 이날 주윤발이 직접 꼽은 영화는 ‘영웅본색’과 ‘와호장룡’, ‘첩혈쌍웅’이었다. 주윤발은 언제나 ‘영웅본색’이 자신의 명작으로 꼽히는 것을 두고 “드라마만 출연하다 처음 찍은 영화여서 임팩트가 더 큰 듯하다”며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영화가 갖는 힘이 정말 크다고 느낀다”고 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신작 ‘원 모어 찬스’에 관해서는 “부자지간의 정을 다룬 영화”라며 “이런 장르를 오랜만에 도전해 만족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한국영화 경쟁력은 자유에서 나온다”

주윤발은 과거 홍콩영화에 이어 전 세계에서 한국영화가 맹위를 떨치는 것을 두고 “한 곳이 정체될 때 다른 곳이 그걸 이어 더욱 먼 곳까지 나아가는 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영화계가 지금처럼 비상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며 “한국영화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한 소재와 넓은 창작 자유도”라고 평했다. 최근 한국 내 자국영화 불신 풍조와 영화 업계 위기에 관해서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라고 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OTT가 대두돼서다. 그는 “홍콩영화계 역시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대중 입맛을 자극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윤발. 사진=김예슬 기자

‘따거’(형님) 면목이 빛난 여러 순간들

주윤발은 특유의 여유로움과 재치로 기자회견 현장을 쥐락펴락했다. 최근 8100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된 것을 두고는 “내가 아닌 아내가 한 것”, “힘들게 번 돈이라 기부하고 싶지 않았다”, “용돈 받고 산다”고 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7월 와병설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건강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아픈 것도 아니라 아예 죽었다는 가짜뉴스가 떴더라”고 대차게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다음달 19일 홍콩에서 열리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계획임을 전하며 “내일 오전에도 부산에서 10㎞를 달릴 예정”이라고 언급하는 등 건강한 상태임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간 그는 “여러분에게 에어드롭(아이폰끼리 사진을 공유받을 수 있는 기술)으로 공유해 주겠다”며 즉석에서 모두와 사진을 나눠 환호받았다.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도 없다”

주윤발은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대중문화와 거리 멀던 섬마을에서 살던 소년은 10세에 도시로 이주, 18세부터 배우훈련반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주윤발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해 영화를 찍으며 많은 걸 배웠다”면서 “영화는 무엇과도 비교 못 할 정도로 내게 큰 세상을 가져다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사람의 생과 죽음을 연기로서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높이 샀다. “연기로 많은 도리를 깨달았다”고 말을 잇던 주윤발은 “영화가 없다면 주윤발도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50년 더 찍어도 봐줄 분이 있으면 좋겠다. 102세에도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계속 연기하겠다. 열심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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