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재탕, 삼탕…낯익은 9·26 공급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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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발표됐던 것 같고, 알맹이도 없어 보이는데."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대책 자료를 본 후 든 생각이다.
특히 이번 공급대책에서 맨 앞줄로 내세운 3기 신도시 3만호 확충은 작년 8·16 대책에서도 역세권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단순히 숫자만 덧붙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공주택 추가 공급 내용만 보더라도 기존에 발표했던 대책의 '재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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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발표됐던 것 같고, 알맹이도 없어 보이는데….”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대책 자료를 본 후 든 생각이다.
총 21쪽으로 구성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앞으로 추진하겠다는 여러 정책이 서술돼 있었지만, 딱히 눈에 띄는 대목이 없었다.
그나마 ▲5만5000만호 공공주택 추가 공급(3기 신도시 3만호, 신규택지 2만호, 민간 물량 공공전환 5000호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 10조원 확대·지원 등이 핵심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무척 낯익었다. 기억을 복기하며 이전에 작성했던 기사를 찾아보니, 작년에 발표한 8·16 대책과 유사했다. 특히 이번 공급대책에서 맨 앞줄로 내세운 3기 신도시 3만호 확충은 작년 8·16 대책에서도 역세권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단순히 숫자만 덧붙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규택지 2만호 추가 역시 작년 8·16 대책과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신규택지 15만호 계획을 밝히며 올해 하반기 중 신규택지 6만5000호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시점을 2024년 상반기로 조정했는데, 이를 2만호 늘려 다시 원위치시켰다.
10조원에 이르는 추가 PF 보증 확대·지원은 걱정이 앞섰다. 정부는 작년 9월 발생한 레고랜드발 PF 부실 사태 이후 PF 보증 규모를 15조원으로 늘렸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PF 보증 확대·지원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실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 PF 보증 취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동산 PF 보증 실적은 3조9800억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 당시 지원 목표로 잡은 15조원의 26.5% 수준이다.
특히 PF 자금조달에 문제가 되는 곳이 지방 사업장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부동산 침체가 여전해 민간에서 공급을 꺼리고 있다. 수요가 뒷받침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급 확대를 위해 PF 보증을 늘린다는 것이 제대로 효과를 볼지 의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금리와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PF대출 확대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당장 공급 가뭄이 예견된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너무 형식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공공주택 추가 공급 내용만 보더라도 기존에 발표했던 대책의 ‘재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허술한 대책을 굳이 추석 전에 서둘러 발표할 필요가 있었겠느냔 의문마저 들었다. 부동산 대책이 명절 밥상머리 민심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대책의 발표 시점이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정책은 차가운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어설프거나 초점을 흐리는 부동산 포퓰리즘 대책은 되레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실행 가능한 것, 불가능한 것, 시급한 것, 시간이 필요한 것 등을 면밀히 파악해 제대로 된 공급대책을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완용 건설부동산부 차장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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