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노벨문학상 유력한데…中, #찬쉐 SNS금지어 지정 왜
5일(현지시간) 2023년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유력한 수상 후보로 지목되는 중국 여성작가 찬쉐(殘雪·70, 본명 덩샤오화·鄧小華)에 대해 중국 당국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
중국의 최대 SNS 플랫폼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는 최근 “#스웨덴이 찬쉐 열풍 일으켜(#瑞典掀起一波残雪热)”, “중국 여작가 노벨상 화제(中国女作家成诺奖热门)” 등 찬쉐 작가 관련 검색 해시태그를 금지어로 지정했다. 해당 해시태그를 클릭하면 “관련 법규와 정책에 따라 해당 주제는 표시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보여준다.
중국 네티즌들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반감도 숨기지 않는다. 아이디 바이예쥔(白夜菌)의 네티즌은 “소련은 노벨문학상 5개를 받은 뒤 붕괴했고 러시아는 다시는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며 “노벨문학상은 서구의 가치를 보여주며 서양인이 보고 싶은 작품과 서양인이 선전하고 싶은 작품만 수상한다”며 노벨상을 평가절하했다.
또 대만 작가 리아오(李敖)가 말했다는 “중국인으로서 당신이 조국을 팔지 않으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없다” 발언,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의 “노벨문학상은 서방 작가와 동방의 반도(叛徒, 반역자)에게 주는 상”이라는 발언 등 노벨문학상을 평가절하하는 글들이 주로 중국 SNS를 확산됐다.
중국이 노벨상에 부정적인 이유는 지난 2010년 스웨덴 한림원이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게 계기가 됐다. 2008년 삼권분립을 주장하는 ‘08헌장’ 서명을 주도하는 등의 이유로 국가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은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중국은 스웨덴에 경제보복을 가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찬쉐가 냉대받는 이유로는 그의 소설이 철학적이고 난해하며 대중적이지 않은 탓도 자리한다. 찬쉐의 친오빠 덩샤오왕(鄧曉芒·75) 화중과학기술대 철학과 교수로 저명한 철학자이다. 찬쉐의 작품은 중국 대중에게 친숙한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莫言)과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서방의 평가는 다르다. 스웨덴 한림원 원사 겸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고 마웨란(馬悅然)이 찬쉐를 ‘중국의 카프카’라며 높이 평가했다. 올해 스웨덴에서 번역 출판된 찬쉐의 '신세기 애정 이야기'는 스웨덴에서 찬쉐 열풍을 일으켰다.
중국은 지난 1957년 양전닝(楊振寧·101) 박사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7명, 문학상 2명, 화학상과 의학상 각 1명 등 11명이 노벨상을 받았다고 집계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5년 여성 화학자 겸 약리학자 투유유(屠呦呦·93)가 말라리아 퇴치에 기여한 공으로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다만 1989년과 2010년 각각 노벨평화상을 받은 달라이라마 14세와 류샤오보의 수상은 인정하지 않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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