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납치' 유괴범이 요구한 몸값을 현상금으로 건 아빠
[양형석 기자]
지난 2008년에 개봉한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 <테이큰>은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다가 납치된 외동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하지만 <테이큰>의 리암 니슨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전직 미 중앙정보국 특수활동부 요원으로 뛰어난 정보력과 전투력으로 범인들을 혼내주고 무사히 딸을 구출한다. 영화 속 리암 니슨이 워낙 강력해 일부 관객들은 <테이큰>을 '악당들이 불쌍해 보이는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들은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아이를 유괴당할 경우 유괴범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 자칫 유괴범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아이의 신상이 크게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평소 아이에게 낯선 사람이 호의를 베풀더라도 절대 그 사람의 호의를 받아선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 <랜섬>은 멜 깁슨의 높은 흥행 파워 덕분에 세계적으로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
2002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에 빛나는 감독
어느덧 70대를 앞둔 노장 감독이 된 론 하워드는 배우활동을 하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까지 배우로 활동했다. 하워드 감독은 인기 시트콤 <해피 데이즈>에서 주인공 리치를 연기했고 조지 루카스 감독의 초기작 <청춘낙서>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연출을 시작한 하워드 감독은 1984년 신예배우 톰 행크스의 출세작이었던 로맨틱 코미디 <스플래시>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 주로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만들던 하워드 감독은 1991년 그의 감독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는 작품을 만들었다.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이고도 스펙터클하게 다룬 재난 액션 스릴러 <분노의 역류>였다.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분노의 역류>는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워낙 압도적인 경쟁작(<터미네이터2>)을 만나는 바람에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1995년 3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도전했던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 13>을 연출한 하워드 감독은 1996년 범죄 스릴러 <랜섬>을 통해 세계적으로 3억 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국내에서 1996년 12월에 개봉한 <랜섬>은 멜 깁슨의 높은 인지도 덕분에 서울에서만 50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하워드 감독의 진짜 '인생작'은 따로 있었다.
하워드 감독은 2001년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러셀 크로우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를 연출했다. <뷰티풀 마인드>는 제작비(5800만 달러)의 5배가 넘는 3억 16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과 함께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제니퍼 코넬리)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지금도 많은 영화팬들이 론 하워드 감독의 대표작으로 <뷰티풀 마인드>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워드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이후에도 <신데렐라 맨> <다빈치 코드> <프로스트 vs 닉슨> <천사와 악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물론 2018년에 연출했던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처럼 흥행과 비평에서 나쁜 결과를 얻은 영화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하워드 감독의 명성이 크게 흔들리진 않았다. 슬하에 4남매를 둔 하워드 감독의 첫째 딸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다.
▲ 아들을 납치 당한 톰은 방송을 통해 아들의 몸값 200만 달러를 범인을 잡기 위한 현상금으로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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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기도 한 'RANSOM'은 몸값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영화 <랜섬>은 아들의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범과 싸우는 아버지 톰 뮬렌(멜 깁슨 분)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항공사를 운영하는 자수성가한 부호 톰은 행사장에서 아들 숀(브롤리 놀테 분)을 잃어 버린다. 얼마 후 유괴범들은 숀의 몸값으로 200만 달러를 요구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톰은 아내 케이트(르네 루소 분)의 설득에 FBI에 신고를 한다.
하지만 현직경찰 지미(게리 시니즈 분)가 이끄는 유괴범 일당들은 철두철미한 범죄행각으로 FBI의 추격을 영리하게 따돌리고 아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뮬렌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진다. 결국 더 이상 FBI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톰은 아들을 구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을 세운다. 바로 방송을 통해 유괴범이 요구했던 몸값 200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걸어 유괴범을 잡는 사람에게 지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케이트와 FBI가 반발하자 톰은 오히려 현상금을 400만 달러로 올렸다. 결국 유괴범들은 내분을 일으키고 주범인 지미는 동료들을 죽이고 자신이 유괴범을 잡은 것처럼 자작극을 벌인다. 하지만 현상금 지급 직전 지미의 목소리를 들었던 숀이 공포에 질리고 이를 본 톰은 지미가 범인임을 알아챈다. 결국 톰과 지미, FBI, 경찰은 은행에서 마지막 혈투를 벌였고 지미는 총을 꺼내기 직전, 톰과 FBI가 쏜 총에 맞고 길에서 생을 마감한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시리즈를 통해 주목 받은 멜 깁슨은 대니 글로버와 호흡을 맞춘 <리썰 웨폰> 시리즈를 통해 20세기 최고의 액션스타 중 한 명으로 급부상했다. 1993년 <더 페이스>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한 깁슨은 1995년 아카데미 5개 부문을 휩쓴 <브레이브 하트>로 최전성기를 달렸다. <랜섬>은 깁슨이 <브레이브 하트>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로 당연히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재미를 위해 톰처럼 범인이 요구한 몸값을 현상금으로 걸어 유괴범을 잡는 과감한 작전이 통했지만 현실에서 이런 작전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유괴범죄에서 범인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범죄가 마찬가지지만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려 거액을 갈취하려는 유괴범죄는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 게리 시니어가 연기한 지미 쉐이커는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직접 받기 위해 동료들을 살해하고 자작극을 벌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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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섬>의 빌런 지미 쉐이커 형사를 연기한 게리 시니즈는 1994년 <포레스트 검프>에서 댄 테일러 중위를 연기한 배우로 유명하다. 실제로 시니즈는 <포레스트 검프> 출연 후 전쟁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재단을 설립하고 밴드를 결성해 사회활동 및 공연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랜섬>에서는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 4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함께 일을 도모했던 동료들을 살해하고 자작극을 벌이는 '천하의 나쁜 놈'으로 나왔다.
1992년에 개봉한 <리썰 웨폰3>에서 LA경찰 내사과 소속의 다혈질 여형사 로나를 연기하며 마틴 역의 멜 깁슨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르네 루소는 4년 후 <랜섬>을 통해 멜 깁슨과 부부 사이로 재회했다. 케이트는 톰이 유괴범이 요구한 아들의 몸값을 현상금으로 걸자 남편을 심하게 원망한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총소리가 들린 후 톰이 자신의 판단을 자책하며 오열하는 것을 본 후에는 남편을 안아주며 위로해준다.
픽사 애니메이션 <업>에서 베타의 목소리 연기를 했던 영국 출신 배우 델로이 린도는 <랜섬>에서 FBI 요원 론니 호킨스를 연기했다. 호킨스는 엉뚱한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유괴범을 잡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요원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총을 꺼내는 지미를 저지하는 활약을 했다. 린도는 지난 2020년 넷플릭스 드라마 < Da 5 블러드 >에서 PTSD에 시달리는 베트남 참전용사를 연기해 전미 비평가 위원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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