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반도체 감산 한창인데 생산·출하 늘었다는 통계청 진실은?
국내 반도체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감산에 한창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반도체 생산과 출하가 모두 크게 늘었다. 상식적으로 감산 중인 상황에서 생산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왜 이런 숫자가 나왔을까.
통계청은 반도체 생산이 13개월만에 반등해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제조업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 발표 8월 반도체 생산지수는 142.9(원지수·2020년=100)로 1년 전보다 8.3%, 지난 7월 보다는 13.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증가한 것은 작년 7월(14.9%) 이후 13개월 만이다. 반도체 경기가 갑자기 확 살아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계와 달리 실제 반도체 경기는 여전히 나쁘다. 반도체업계는 올해 8월은 물론 10월인 현재도 여전히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통계청에 작년 보다 반도체 생산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재고는 쌓여 있고 가격 반등세도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 기업들은 D램, 낸드플래시 모두 감산 중이다.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반도체산업의 생산량과 출하량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늘었다고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왜 통계에서 보여지는 숫자는 업계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까.
통계청은 반도체 생산지수, 출하지수 등을 집계할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등) 등을 담당하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로부터 기초 데이터를 받는다. 10여개에 달하는 반도체 품목별로 금액 기준 생산액 데이터를 받고, 여기에 품목별 가중치를 적용해 지수 산정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은 반도체 가격변동분을 제거해 실질적인 생산분을 측정하고자 금액 기준으로 모은 수치를 반도체 품목별 생산자물가지수(PPI)로 나누는(분모에 해당) 작업을 거친다.
문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탓에 1년 새 반도체 PPI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발표 PPI의 경우 D램은 작년 8월 100.78에서 올해 8월 55.25로 반토막 났다. 낸드가 포함된 플래시 메모리 PPI 역시 작년 8월 89.47에서 올해 8월 48.88로 급감했다. 예를들어 반도체 기업들이 작년보다 적은 반도체 생산액을 신고하더라도 PPI의 낙폭이 큰 기간이라면 낮아진 PPI를 적용해 생산 통계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최종 산출돼 나오는 지수 자체가 높아지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PPI가 기업들이 만드는 반도체의 신제품 전환 효과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하반기에 DDR4 등 레거시(구형) 공정 제품을 집중 감산하는 대신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DDR5나 HBM 제품군의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기업들이 통계청에 제공하는 숫자는 D램 전체 생산액만 있을 뿐 D램 품목 안 고사양·저사양 제품에 대한 비중 분류가 안된다. 동시에 지수 산정에 반영하는 PPI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고사양·저사양 제품에 따라 상이한 가격 수준을 모두 담지 못한다. 즉 세부 제품군별 가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PPI로 적용하다 보니 고사양 신제품 생산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생산지수가 상승해 저사양 제품의 감산 영향이 상쇄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감산에 들어가더라도 라인별, 공정별 생산주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뒤로 밀려 통계의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웨이퍼를 투입한 후 완성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업계는 감산효과가 짧게는 2~3달, 길게는 6개월 후에 나타난다고 본다. 삼성전자 같이 반도체 감산 기조를 4월에 발표한 경우 이번 통계에 감산 효과가 100% 반영됐다고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감산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월 대비 반도체 생산, 출하 등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업활동동향을 나타내는 통계 만으로 반도체 경기가 좋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도체 가격 변동, 생산량 및 수출량 변화 등 흐름을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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