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불려가는 4대그룹 총수?…관행된 '회장님 길들이기'

한예주 2023. 10. 5. 08: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 총수들에 대한 '무더기 호출'을 예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오는 10일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4대그룹 총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환노위의 한 의원은 대기업 총수만 26명을 증인으로 채택,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 국감 앞두고 주요 기업 총수 소환 예고
한경협 재가입,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등 이슈
18대 77명, 19대 125명, 20대 159명, 작년 200명 올해는?
'기업 군기 잡기 장' 변질 우려

국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 총수들에 대한 '무더기 호출'을 예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재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기업인들의 소환과 증인 채택이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운영 전반을 감시하기 위한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은 사라진 채 '기업 군기 잡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는 10일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4대그룹 총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모습. [사진=아시아경제DB]

산자위는 총수들을 불러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탈퇴한 뒤,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재가입한 경위와 정경유착, 재벌 특혜 방지 대책 등을 따져 묻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25일 열린 1차 증인 명단에서 4대그룹 총수는 제외됐지만, 여야 협의를 통해 국감 기간 추가 증인 채택을 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해수위에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실적 저조를 문제 삼아 4대그룹과 함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다수 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여·야·정이 마련한 기금이다. 2017년 3월 출범해 매년 1000억원씩 1조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다. 야당에선 현재까지 모인 금액이 약 2100억원으로 목표금액에 턱없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로는 야당 의원들의 증인 신청 명단에만 포함됐으며,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난항을 겪는 만큼 소환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현재 진행 상황과 탄소 중립 대책 등을 질의할 전망이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최정우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총수 증인 출석은 여러 방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민간외교관' 역할을 맡아 국내외를 수시로 오가는 현시점에서 총수들의 일정과 이미지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등은 내달 21~24일 네옴시티 수주전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25일엔 4대그룹 회장단이 카타르에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 남미, 아프리카 등을 방문할 계획도 있다.

국감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기업인들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부르고 벌세우기 하듯 갑질하는 국감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7년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도입 이후 여야는 기금출연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매년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냈다. 지난해 국회 환노위의 한 의원은 대기업 총수만 26명을 증인으로 채택,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감장에서 기업인을 대하는 의원들의 태도도 고압적이다. 사실관계나 의견의 청취보다는 카메라를 의식해 훈계하고 호통치는 정치 쇼로 일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불려나온 총수나 기업인 대다수가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곤 한다. 그럼에도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악습이 되풀이되면서 17대 국회에선 연평균 52명이었던 기업인 증인채택이 18대 77명, 19대 125명, 20대 159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200명을 넘었고 올해도 작년 수준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