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한국인 반' 오사카·도쿄 질렸다면…日 소도시의 손짓
2023년 현재 한국인의 1순위 해외여행지는 일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집계에 따르면 1~8월 한국인 해외여행자 1417만명 중 무려 432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해외여행에 나서는 국민 3명 중 1명이 일본 땅을 밟는 셈이다.
지난달 다시 일본 땅을 밟았다. 이번에는 한국인으로 넘쳐나는 오사카‧도쿄가 아니라 열도의 서쪽, 히로시마(広島)시와 세토내해(瀨戶內海)를 품은 주고쿠(中國) 지방을 찾았다. 요약하자면 아직 한국인의 발길이 덜 닿은 숨은 여행지 탐방이다.
히로시마의 기억
낭만 소도시 기웃기웃
일본의 청춘이 오노미치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유람선에 올라 바다를 산책하듯 항구와 항구, 섬과 섬을 오가는 일이고 둘째는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는 일이다. 초행자에게는 세 번째 방법이 가장 쉬운데, 오노미치 철도역 인근의 ‘센코지야마 로프웨이’를 이용해 센코지산에 오르는 것이다.
해발 140m의 센코지(千光寺)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고작 3분 거리다. 높은 산의 단점을 굳이 꼽자면 발아래 풍경이 너무 아득해 현실감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센코지처럼 야트막한 언덕에서는 모든 풍경이 생동감 넘친다.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자 항구와 바다, 철도와 유람선, 오래된 절집과 전통 가옥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히로시마 시내에 머문 이틀보다 오노미치에서 머문 반나절이, 케이블카로 탄 3분의 기억이 유독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 건 결국 그 생생한 풍경 때문이었다.
센코지 비탈의 골목길은 이른바 ‘냥집사’의 성지로 통한다. 단순히 고양이가 많아서는 아니다. 돌담과 철문, 버려진 우물, 길바닥을 굴러다니는 돌 하나에도 고양이를 새겨 넣은 앙증맞은 분위기 때문이다. 덕분에 골목에서 한참을 기웃거렸다.
오노미치에서 철도로 1시간 15분 거리에는 ‘일본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구라시키(倉敷)’ 미관지구가 있다. 뱃길을 통해 상업이 발달한 운하 도시로, 17~19세기 에도(江戸)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가옥과 창고가 박물관·옷가게‧식당‧카페 등으로 개조되어 손님을 맞고 있다. 우리네 경주 대릉원 일원처럼 마을 전체가 역사 지구이자, 관광지이고, 초대형 포토존이다.
노는 방식이 특별하진 않았다. 나룻배 타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하다가, 기모노 차림으로 옛 골목을 활보하는 청춘을 구경했고, 사극에나 나올 법한 낡은 식당의 다다미에 앉아 끼니를 때웠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레몬우동을 먹고 나니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고전적 하루의 끝은 평온했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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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고쿠 지방의 관문은 히로시마 공항이다. 인천~히로시마를 잇는 직항 편이 주 3회(화·목·토) 운항한다. 시코쿠 섬의 마쓰야마 공항(주 5회)이나 다카마쓰 공항(주 7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고쿠와 시소쿠는 세토 대교로 연결돼 있다. 출국 전 '비지트 재팬 웹' 사이트에 입국 정보를 등록하면 빠르게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다. 백신접종증명서를 비롯한 코로나 관련 서류는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
히로시마(일본)=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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