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프리덤 코커스

남도영 논설위원

미국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한 주역은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소속 의원들이다.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공화당 내 강경 보수주의 그룹인 티파티(Tea Party) 출신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티파티보다 훨씬 강경하고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화당원들조차 프리덤 코커스 하원의원들을 ‘자살 조끼를 입은 레밍(나그네쥐)’ ‘입법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 이들은 한때 자신들의 모임 이름을 ‘이성적인 미치광이 그룹(Reasonable NutJob Caucus)’이라고 부를지 고민했다고 한다.

프리덤 코커스 회원 명단은 비밀이다. 미국 언론은 20~50명으로 추정한다. 회원의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고, 단결이 가장 중요한 회칙이다. 회원 5분의 4가 특정법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면 회원들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2015년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하원의원들의 성명, 논평, 답변 등을 종합해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 36명의 신원을 확인해 발표한 적도 있다.

20~50명에 불과한 프리덤 코커스가 하원의장을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은 캐스팅보트에서 나온다. 미 하원의원 의석수는 435석인데, 현재 공화당이 221석, 민주당이 212석이다. 의결정족수는 218표로,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하면 공화당도 민주당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표결에서도 민주당은 당론 찬성했고, 프리덤 코커스 의원 8명이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는 이유로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매카시 전 의장은 3일 “정부란 타협점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며 “나는 협상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소수의 강경파가 타협을 이유로 하원의장을 몰아냈다. 그래도 미국은 타협과 협상을 말하는 사람들이 다수고 강경파는 아직 소수인 모양이다. 우리 정치는 타협을 말하는 협상파가 소수고,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한 강경파들이 당과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 정치에 혀를 찰 때가 아니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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