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장한나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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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과 달리 엿새라는 시간이 보장해주는 '쉼'은 달랐다.
마음은 앞서도 물리적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못했던 일을 '장장' 6일간의 추석 연휴 동안 할 수 있었다.
연주가 끝난 뒤 수차례 커튼콜이 이어졌는데 장한나는 관중석의 박수와 환호를 디토 오케스트라에 돌렸다.
장한나가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를 비롯해 여러 연주자를 일일이 찾아가 포옹하는 것으로 공연을 마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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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과 달리 엿새라는 시간이 보장해주는 ‘쉼’은 달랐다. 마음은 앞서도 물리적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못했던 일을 ‘장장’ 6일간의 추석 연휴 동안 할 수 있었다. 사실 어디 내놓고 말하기엔 그저 소박한 일이 대부분이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찾아 듣는 것이었다.
음악 애호가에게 이 시대는 축복 그 자체다. 스마트폰 검색 몇 번이면 순식간에 내가 있는 장소를 세기의 공연장으로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유튜브에선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 이젠 고인이 된 전설의 연주자들도 만날 수 있다. LP 구하려 발품 팔지 않아도 음원사이트를 통해 어떤 앨범이든, 심지어 여러 음반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연휴 동안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를 다양한 버전으로 원 없이 찾아 들었다. 이 곡에 꽂힌 건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봉을 잡은 장한나가 스승 미샤 마이스키,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무대를 보고부터였다.
이 공연은 스승과 제자에서 지휘자와 협연자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을 보고 싶어 일찌감치 예매해놨다. 장한나가 11살이던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 진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연주했던 곡으로도 유명하다. 내년이면 데뷔 30년을 맞는 장한나가 이 곡을 스승의 협연으로 어떻게 들려줄지 무척 궁금했던 터였다.
공연장에서 장한나는 스승이자 협연가인 마이스키보다 2030 젊은 단원들로 꾸려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단을 이끄느라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모습이었다.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교감의 순간을 보게 될 걸 기대했는데, 개인적 인상은 장한나가 오케스트라를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데 주력했고 그런 장한나를 스승 마이스키가 다 포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협연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2부에선 지휘자 장한나의 면모가 조금 더 두드러져 보였다. 연주가 끝난 뒤 수차례 커튼콜이 이어졌는데 장한나는 관중석의 박수와 환호를 디토 오케스트라에 돌렸다. 장한나가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를 비롯해 여러 연주자를 일일이 찾아가 포옹하는 것으로 공연을 마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추석 연휴에 음악을 듣다가 문득 공연을 마친 장한나의 마음이, 특히 그날 포옹의 의미가 궁금해져 장한나의 SNS 계정을 찾아가 봤다. 다행히 과거의 지휘자들과 달리 장한나는 SNS로 실시간 쌍방 소통을 하는 데 익숙한 지휘자였다. 그가 쓴 페이스북 댓글에서 “디토의 재발견! 단 6일 연습 후 이런 앙상블, 연주해서 디토가 너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즐거웠다”고 적은 걸 보게 됐다. 그는 “우리가 세계적인 오케라고 부르는 단체들이 지난 200년 가까이 받아온 사회적 지원과 그들처럼 꾸준한 연습/매주 수차례의 정기 연주 활동을 한다면 21세기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분명 한국에서 생길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적었다. 사실 온라인에선 그날 공연을 두고 장한나의 지휘 스타일을 꼬집는 목소리도, 오케스트라의 미숙함을 탓하는 여론도 있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공연에 친숙한 클래식 마니아들이 듣기에 분명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2030 젊은 세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격려해주던 장한나의 포옹은 따뜻했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어쩌면 10대 때부터 세계적 거장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을 받아왔던 장한나이기에 베풀 수 있는 사랑 같기도 했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비교하고 평하는 대신 젊은 오케스트라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응원하며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기성세대가 다음세대를 향해 품어야 할 마음일지도 모른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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