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퇴자 몰리던 ‘청정’ 에콰도르, ‘갱단 천국’으로 전락

신창호 2023. 10. 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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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퇴한 미국인 바비 드윈터 부부는 주택 매매대금과 퇴직금 등 전 재산을 들고 올해 초 남미 에콰도르로 이주했다.

에콰도르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전한 치안과 안정된 정치 체제에 1인당 국민소득(GNP)이 6300달러를 넘어 "곧 1인당 GNP가 1만 달러에 이르는 중견 국가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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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살인 5년 전보다 7배 증가
마약 중계무역 이뤄지며 범죄 급증
에콰도르 대선에 출마했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59) 후보가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이후 괴한의 총기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은퇴한 미국인 바비 드윈터 부부는 주택 매매대금과 퇴직금 등 전 재산을 들고 올해 초 남미 에콰도르로 이주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사시사철 날씨가 온화하고 사회안전 시스템도 안전하다는 말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드윈터는 자신의 집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돈을 노린 강도의 총격에 피살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 중산층 은퇴자들에게 최고의 이주 장소로 각광받던 에콰도르가 멕시코나 콜롬비아, 브라질만큼 위험한 ‘무방비’ 범죄지대가 돼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총격 살인사건은 7000건으로 5년 전인 2018년보다 무려 7배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부패 척결과 범죄 소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 대선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암살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에콰도르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전한 치안과 안정된 정치 체제에 1인당 국민소득(GNP)이 6300달러를 넘어 “곧 1인당 GNP가 1만 달러에 이르는 중견 국가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던 나라였다. 국가가 주도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투자가 성공하고 기존의 석유 수출도 호황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콜롬비아-에콰도르-캘리포니아 마약 루트와 중국-에콰도르-캘리포니아 펜타닐 루트가 등장하면서 에콰도르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경 단속으로 기존의 마약밀매 루트였던 멕시코가 막히면서 이 나라가 남미 마약 카르텔 사이 새로운 ‘중계무역지’가 된 것이다.

마약 카르텔은 콜롬비아산 코카인을 에콰도르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중국산 펜타닐 제조원료도 이곳에서 주사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낸다.

여기에 돈 많은 미국 은퇴자가 급증하면서 이들도 범죄조직의 주요 타깃이 됐다. 미국인을 노리는 갱단이 활개를 치고 강도·절도·살인 사건이 범람하기 시작한 것이다. WSJ는 “에콰도르 정부는 무능력하고 경찰은 갱단보다도 못한 무장력으로 치안 유지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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