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患所以立(환소이립)

2023. 10. 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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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제 위치에 제대로 설 것을 걱정하며,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알 수 있게 되기를 추구하라.” 『논어』 이인편 제14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자리만 꿰차고 있을 뿐 일은 못 하고, 자랑할 게 없으면서도 과시욕만 강한 사람을 경계하는 말이다.

患: 근심 환, 所: 바 소(...할 바). 제 위치에 제대로 설 바(것)를 걱정하라. 24x75㎝.

해당 분야마다 수십 년 동안 연구와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어중이떠중이기는 마찬가지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제자리에 합당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최선책이고, 합당한 사람이란 늘 ‘제 위치에 제대로 설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흔히 ‘나눠먹기’식으로 사람을 기용하는 자들은 “뭐, 특별한 인재가 따로 있나? 다 맡겨주면 하게 돼 있어!”라고 하면서 자기 주변 사람에게 감투를 준다. ‘오국(誤國)’ 즉 나라를 그릇되게 하는 범죄행위이다. 중국 당나라의 전성기를 이뤘던 현종이 양귀비에게 현혹된 이후, 양귀비의 오라비인 양국충을 비롯하여 양귀비의 측근들을 기용하다가 안록산의 난을 당하게 된 것이 오국(誤國)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재를 기용하는 사람도 기용되는 사람도 ‘제 위치에 제대로 설 것’을 걱정해야 나라가 산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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