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품 100% 향해 질주···내연기관 건너뛴 중국의 전기차 전략 [생생中國]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중국의 압축 성장 과정에는 이른바 ‘건너뛰기’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유선전화에서 페이지(삐삐)나 PDA를 거치지 않고 바로 스마트폰 시대로 건너뛰었고, 신용카드 사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모바일 결제 사회로 전환했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에도 이런 공식이 적용됐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후 제조업의 대표 주자인 자동차 산업 강국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하지만 자동차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처럼 정교한 내연기관 차량을 만들 기술이 없었다. 외국 자동차 기업들과 중국 내 합작회사를 차려 기술 이전을 받았지만 여전히 한계가 뚜렷했다. 이 같은 악조건은 중국이 내연기관을 건너뛰고 전기차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결국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과 거대한 내수 시장에 힘입어 전기차 강국으로 ‘퀀텀 점프’를 했다.
수많은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전기차는 3대당 1대꼴로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도 세계 다른 어떤 나라 고객보다 전기차 선호도가 높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된 이유다.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 대수는 2020년 136만7000대에서 2021년 352만대, 2022년 689만대로 가파른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는 800만대가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전기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올 상반기 일본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전기차 공급망 더 강화하겠다는 中
중국 전기차 질주로 인해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독일, 미국, 일본 등 서방 자동차 기업 시장점유율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중국 전기차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기존 서방 자동차 기업들이 세계 시장점유율의 5분의 1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뺏겨 현재 81%인 점유율이 2030년에 58%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7년 후 시장점유율이 2배 가까이 증가한 3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의 최대 장점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UBS가 중국 대표 전기차 중 하나인 BYD 씰 세단을 직접 분해해본 결과 전체 부품의 75%가 자체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부품 기업에서 조달된 부품 비중은 10% 이하라고 UBS는 추정했다. 공민 UBS 애널리스트는 “BYD는 자체적으로 완전히 통합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어 비용 측면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3보다는 15%, 폭스바겐 전기차 ID.3보다는 30% 이상 생산비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제재 등으로 자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국 전기차 생산의 전 밸류체인을 국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는 최근 중국 당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을 중국산만 사용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 조치에 대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전기차 분야 공급망을 국내에서 완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앞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 부품 업체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을 주요 산업 분야의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 중국의 반격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연 중국은 미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독립에 성공해 세계 최대 전기차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세계 자동차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8호 (2023.09.27~2023.10.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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