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유감

2023. 10. 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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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내년 상반기부터 개인만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발행된다는 국채법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는 국채수요 다변화와 개인의 안정적 장기자산형성 지원이 주요 목적이라고 밝힌다.

첫째는 개인 투자용 국채는 쌈짓돈으로 투자하는 서민들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보아야 한다.

국채는 자산가들 말고도 매수 주체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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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아닌 고액 자산가 위한 상품
산업자본으로 투자 유도 정책 필요

지난 9월 내년 상반기부터 개인만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발행된다는 국채법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기획재정부는 국채수요 다변화와 개인의 안정적 장기자산형성 지원이 주요 목적이라고 밝힌다. 10년물과 20년물 두 종류로 발행하는데 개인별 최소 10만원부터 연간 최대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희소식인 것은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분리과세 특례가 적용되며 가산금리를 지급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금융사에 개설한 전용계좌에서 가입하는 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국채에 투자하기 어려웠던 현실이 개선되었다는 점 등을 들며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그런데 이 국채의 내용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시장에서 상품 매매가 불가능해 현금이 필요할 땐 중도해지를 해야 하는 이 상품은 우리가 가진 식견으로 채권이기보다는 10년이나 20년 만기 정기예금 또는 장기 저축성보험 상품의 성격과 유사하다. 평소 국채 금리 수준이 다른 상품보다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이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최대의 목적은 안전성, 그리고 시장에서의 유동성이다.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경우나 투자 운용을 하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언제든지 내다 팔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국채 상품은 그런 유동성이 없으며 예금이나 보험처럼 중도해지만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국채는 다른 어떤 금리상품보다 금리 수준이 낮다. 그런 상황에서 유동성마저 없는 이 상품은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기획재정부에서 과도한 인센티브를 줄 경우는 성공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는데, 이 경우가 더 큰 문제가 된다. 이 상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심사숙고해보면 걱정이 되는 두 가지 큰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개인 투자용 국채는 쌈짓돈으로 투자하는 서민들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보아야 한다. 매년 수천만원 이상의 금융 소득을 얻는 자산가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키우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세금 혜택을 주는 다른 상품에는 있는 자산가들의 가입 제한 규정이 이 상품에는 보이지 않는다. 가입금액 한도도 매우 커서 4인 가족이 5년이면 20억원을 투자할 수 있을 정도다. (14% 분리과세 한도는 1인당 2억원)

둘째, 이 상품은 자산가들의 막대한 자금들을 나라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곳으로 투자되도록 하지 않고 마냥 안전하게만 보관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국채는 자산가들 말고도 매수 주체가 차고 넘친다.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풍부한 자산가들의 돈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과 벤처금융과 같은 산업자본으로 투자하게 하는 정부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부동산 몰빵 문화’로 산업자본으로 돈이 안 가는 현상이 심각한데 개인 투자용 국채는 이런 문제를 더욱 깊어져만 가게 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이 상품을 ‘부자 퍼주기’가 아닌 서민들의 재산형성을 위한 상품으로 수정해야 한다. 차라리 ISA나 벤처펀드 등 다소 위험한 산업자본으로 돈이 가게 하는 상품에는 부자들의 가입 제한을 없애고 적극적으로 세금혜택을 주도록 하자. 분명히 그 경제 효과로 대한민국 국채 시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자본으로 돈이 잘 가게 하는 나라가 진정한 자본주의 국가이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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