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한국 대학, 글로벌 저임금 2류직장

이동혁 2023. 10. 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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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톱 레벨 대학 이공계열에 재직 중인 '미국 국적 한국인' 교수는 한국 국적 재취득을 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 대학 학부를 나온 그는 미국 유학 후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10여년 전 모교 교수로 초빙돼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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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톱 레벨 대학 이공계열에 재직 중인 ‘미국 국적 한국인’ 교수는 한국 국적 재취득을 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 대학 학부를 나온 그는 미국 유학 후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10여년 전 모교 교수로 초빙돼 귀국했다. 그는 이름도 한국식 그대로 쓰고, 미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 당국은 그에게 “미국인으로 남아 달라”며 귀화를 간곡히 말리고 있다. 그가 한국인으로 돌아와서 몇 명 안 되는 외국인 교원 명단에서 빠지면 외국인 교수 확보율이 떨어지고, 해외 대학평가기관이 매기는 ‘국제화 점수'가 깎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교수 사례가 우리 대학의 눈 가리고 아웅 국제화 실상을 보여준다. 국내 최고 대학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는 108명으로 전체 교수 2278명 중 4%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학 27개교 전체 외국인 교수 둘 중 하나(47%)는 한국계이다(교육부 집계). 글로벌 대학순위 평가 발표 때마다 서울대의 경쟁대학으로 비교되는 홍콩대 외국인 교수 비율은 50%가 넘는다.

한국처럼 오직 인적자원에 의존하기에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거는 곳이 홍콩이다. 홍콩 3대 명문대인 홍콩대,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는 글로벌 석학 초빙에 걸림돌이 없다. 아무리 파격적인 처우 규정을 만들어도 홍콩 교육부는 제동걸지 않는다. 홍콩중문대는 노벨상에 근접한 미국인 경제학 교수를 영입하면서 교수아파트 제공과 자녀 국제학교 학비 지원에 더해 매년 두 번 뉴욕행 왕복 ‘귀향 항공권’까지 보장했다. 이 대학이 세계 경영학계의 라이징 스타이던 28세 덴마크 출신 신진기예를 모셔올 때는 아이비리그를 압도하는 연봉을 제시했다. 홍콩과기대는 한술 더 떴다. 몇 년 뒤 이 교수를 더 높은 연봉에 스카우트해갔다.

홍콩 대학처럼 VIP급 계약서를 내밀며 전세계 인재를 한국행 비행기에 태우는 장면은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은 당연하고 프로 스포츠계나 연예계까지 익숙해진 지 오래다. 대학만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인 건 대학 당국과 교육부의 공동 책임이다. 해외 석학 눈높이에 국내 교수 처우가 턱없이 박하다는 지적이 십수년째이지만, 글로벌 수준에 맞춰 처우를 조정했다는 대학은 못 들어봤다. 교육부도 책임이 있다. 대학이 고액수표를 내밀고 싶어도 15년째 교육부가 강요하는 등록금 동결로 그럴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신히 채용한 외국인 교수도 1차 계약이 끝나면 대부분 짐을 싼다. 국내 대학이 해외 인재를 두고 경쟁하는 미국 등지의 대학보다 연봉이 낮고, 전문성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외국인 전문인력 입국 및 체류 실태 분석 연구'). 이러는 사이 한국 대학이 진짜 외국인에게는 외면당하고 외국인으로 포장된 한국인 교수에게 "외국 국적을 유지해달라"고 읍소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 대한민국은 어느 분야도 '싸구려 2류' 취급을 받지 않는 선진국이다. 하나 남은 예외가 대학이다. 언제까지 한국의 대학교수직이 글로벌 학계에서 저임금 2류 직업 취급을 받아야 하나.

이동혁 사회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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