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찍었나, 새 기록 쓸까…현대차 실적 관전 포인트는
2분기 정점 찍고 실적 레벨업 '숨고르기'
현대차·기아, 올해 영업익 10조 클럽 진입할듯
각국 보조금 재확대·UAW 파업까지…하반기 호재 쌓여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면서 현대차·기아의 하반기 실적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기아가 올 하반기에도 신기록을 다시 쓰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피크아웃(정점 통과)'이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실적 레벨업을 위한 '숨고르기'로 해석한다.
4일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3분기 현대차 매출 컨센서스를 전년 대비 4.7% 증가한 39조5022억원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4% 늘어난 3조478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전망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 2분기(매출 42조원, 영업이익 4조2000억원)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3분기 실적 전망이 2분기 대비 주춤한 이유는 7~8월 전기차 수요 감소와 내수 판매 위축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정점을 찍고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피크아웃'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지난해 분기 평균 영업이익(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조원 이상 늘었다. 4분기 전망은 3조4000억원 수준이다. 연간으로도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14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4조9441억원, 2조7895억원으로 각각 7.7%, 26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으로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 늘어난 100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63% 증가한 11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현대차와 기아가 동시에 본격적인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로 진입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의 하반기 실적 '피크아웃' 우려가 나온 주된 이유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한데다 경기 위축,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7월부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영향을 받은 국내 시장은 수요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자료를 보면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6월 16만4000대에서 7월 14만5000대, 8월 12만4000대로 줄어드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6월까지는 2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7월(-4%)과 8월(-7%)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도 7월부터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까지는 전년 대비 18% 성장한 1만5000대 수준을 기록하다 7월 1만4000대(-6%), 8월에는 1만대(-32%)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 둔화 조짐이 감지된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위주로 재고가 쌓이면서 딜러에게 나눠주는 인센티브(판촉 비용)가 올해 9월 신차 평균 기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은 7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자 당국이 차량 구매 촉진 정책을 다시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우려하는 피크아웃 논리는 시간이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본다. 전기차 위주로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판매량 추세가 감소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요 둔화를 감지한 각국 정부가 앞다퉈 자국 전기차 판매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 내수 대기 수요가 싼타페·그랜저 하이브리드(HEV) 등 주요 HEV 차종에 몰려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보다 수익성이 높아 실적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차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의 HEV 모델은 10월부터 본격 출고된다.
미국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기아에겐 호재다. 지난 2일(현지시간) 포드와 GM은 파업이 18일째 장기화되면서 5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파업으로 미국 브랜드의 재고량이 줄어 차량 출고가 지연되면 현대차·기아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IRA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미국에서 75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IRA 적용을 받지 않는 렌탈·리스 등 상업용 차량 위주로 친환경차 수출을 늘렸다.
올해 1~9월 미국에서 기아는 누적 판매 60만대 돌파 신기록을 세웠다. 3분기에만 21만대 이상을 팔며 2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도 3분기에 전년대비 9% 늘어난 20만대를 팔았다. 9월 한달 동안 전년대비 16% 늘어난 6만9000여대를 판매하며 9월 기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전기차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4분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점유율 반등이 예상된다"라며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이 내년 하반기 가동되고 인도에선 저가형 전기차 생산을 앞두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위기론은 점차 힘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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