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 "좋은 이야기에 끌려 선택한 '폭로'" [D:인터뷰]
씨엔블루로 6년 만에 단독 콘서트 개최
2년 전 찍은 영화 '폭로'를 세상 밖에 내놓으며 강민혁은 당시 준비 과정과 촬영했던 순간들이 다 떠올랐다. 관객들과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경험이자 기회였다.
'폭로'는 단편영화 '배심원들' 연출과 각본, '증인', '침묵' 각색을 한 한국 영화계 대표적인 법정물의 전문 스토리텔러인 홍용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본드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린 의뢰인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동시에 진범을 찾으려는 변호인과 범행의 시인과 부인을 거듭하는 피고인, 현장에 있던 제3의 존재로 인해 미궁 속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쫓는 범죄 스릴러로, 강민혁은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사 이정민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 자체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런 와중에 감독님이 현직 변호사란 점과 법정 관련된 작품 각색 필모그래피를 보고 더욱 신뢰가 갔죠. 재미있는 책에 역할도 변호사인데 전문가인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홍 감독은 '폭로' 촬영이나 대본 작업에 있어 법조인이라는 직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건에 대한 검증이나 법정과 관련된 세부적인 묘사, 현장감과 사실감을 더했다. 현직 변호사인 홍 감독 앞에서 변호사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진짜 변호사답게 했으면 좋겠다가 가장 주된 포인트였어요. 법정 드라마, 영화를 보며 느꼈던 부분들을 준비해 갔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배심원에게도 어필해야 하는 등 제가 몰랐던 실제 변호사 분들의 법정의 모습이 있더라고요. 극적인 장면엔 어느 정도 영화적인 설정이 있지만, 실제 변호사들이 심문하듯 현실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죠. 처음에는 '이게 맞나?' 눈치도 좀 봤어요. 하지만 내가 틀리면 말해줄 사람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답이 아니면 수정해나가면 되겠구나 싶어서 일단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연기했죠."
또 하나 연기하면서 신경 쓴 점은 제3자의 입장으로 관객의 시선이 돼 몰입을 깨뜨리지 않는 감정 연결이었다.
"영화 자체가 이정민의 내레이션과 피고인을 접견하러 가는 발걸음으로 시작되잖아요. 이 영화가 주는 길 자체가 이정민의 시선,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오시면 관객들이 보는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변호인도 관객처럼 피고인이 왜 자백과 번복을 하는지 모르는 설정이기 때문에 그걸 파헤쳐 나가는 선두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했어요. 저는 전체적으로 이정민의 감정을 그대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부분에도 신경 썼어요."
영화는 강민혁의 내레이션이 처음과 끝을 맺는다. 강민혁은 관객들이 자신의 발자취를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목소리 톤에 신경 썼다. 실제로 내레이션 약 여섯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 녹음하는 수고를 들였다.
"내레이션이 어려웠어요. 영화에 대한 감정을 목소리만으로 넣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목소리 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끝장면의 내레이션은 감정을 많이 주면 조금 무겁고 부담스러워질 것 같아서 최대한 편안하게 해보려고 했고요."
영화 후반, 이정민은 "사실을 밝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읊조린다. 사실을 밝히는 것과 진실을 지켜낸다는 말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중요한 진실일 밝혀진 후, 전혀 다른 함의를 품고 있다. 강민혁 역시 이 대사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진실한 것을 중요시 여겨요. 거기에 진심은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진실한 마음이 진심인 거죠. 결국에는 진심 속에서 진실되게 행동하는 게 저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방향성이기도 해요. 그 대사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변호사로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사명이겠지만, 사실을 향해가는 직업이 진실을 알아가면서 과연 무얼 지켜야 하는 게 맞나 이런 고민을 감독님께서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이 대사는 듣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선택의 문제인 거지 답도 없고 옳은 것도 없죠."
개봉 전, 보스턴국제영화제 최고 스토리상을 수상했으며 2023 벵갈루루국제영화제, 2022 인도국제영화제 등에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강민혁은 진실을 파헤치는 법정 장르를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는데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해외서 호평 받은 이유를 분석했다.
"여러 가지 법정 문화를 접하며 느낀 건데 법정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어 퓨 굿 맨'이라는 영화를 추천해 줘서 봤는데, 분위기는 다르지만 진실공방을 펼치고 누명을 벗고자 하는 과정은 똑같더라고요. 판사와, 변호사, 피고인의 역할도 마찬가지고요."
올해 강민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 이어 영화 '폭로'까지 다양한 매체로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선택한 결과물이다.
"기회가 많이 없을 뿐이지, 이야기가 좋으면 대부분 선택해요. 저는 캐릭터보다 이야기가 저에게 주는 감정을 중요하게 여겨요. 시나리오가 주는 힘이 세면 캐릭터들은 자연스럽게 강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려고 하는 편입니다."
강민혁은 씨엔블루로 무대에 올라 10월 6일과 7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씨엔블루엔티티(CNBLUENTITY)'를 개최한다. 군 복무와 팬데믹으로 6년 만에 팬들과 공연으로 만나게 됐다. 하루하루 설렘과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해나가고 있다. 가수, 배우로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려 한다.
"저는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해내는 게 목표예요. 인간 강민혁은 건강하고 재미있는 게 사는 게 목표고요. 주변 사람 잘 챙기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저의 생활을 오래 즐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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