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에 상어 올리는 대구·영천…남녀 수은농도 충격 결과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제사·차례를 지낼 때 상어 고기인 '돔배기'를 상에 올린다.
하지만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상어는 해로운 수은이 농축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차례상에 오른 상어고기를 조금 먹는 경우에도 혈중 수은 농도가 크게 상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영남대 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사공 준 교수 연구팀은 추석 명절을 전후한 대구·영천 지역 근로자 197명의 혈액 속 수은 농도를 분석해 상어고기 섭취와의 관련성을 다룬 논문을 '케모스피어(Chemosphere)'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구·영천지역 기업체 4곳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2015년 9월 건강검진 결과와 추석 명절 후인 같은 해 10월 추가로 검사한 혈중 수은 농도를 비교했다.
참가자는 남자가 178명 여자가 19명이었고, 대구지역이 133명, 영천지역이 64명이었다.
이 가운데 추석 연휴 동안 상어고기를 실제로 섭취한 참가자는 83명이었고, 연휴 기간에 상어고기를 100g 이상 섭취했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22명이었다.
1g 섭취하면 혈중 수은 0.02㎍/L 증가
추석 기간 상어고기를 섭취하지 않은 그룹은 추석 전후 혈중 수은 농도가 각각 4.94㎍과 4.96㎍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상어고기를 100g 이상 섭취한 그룹은 평균 6.72㎍에서 11.63㎍ 많이 증가했다.
100g 미만 섭취한 그룹도 혈중 수은 농도가 5.16㎍에서 8.05㎍으로 의미 있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통계분석을 통해 상어고기를 1g 섭취한 경우 혈중 수은농도가 0.02㎍/L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혈중 수은 농도가 독일의 건강영향 권고치 I(HBM I)값인 5㎍/L 미만에서는 부작용이 없고 별다른 조치가 필요 없으며, HBM II인 15㎍/L을 초과하는 경우 건강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산부의 경우 3.5㎍/L의 혈중 수은 농도에서도 태아 신경계 발달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고, 5~15㎍/L 범위에서도 수은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논문은 소개했다.
체중이 작은 어린이는 같은 양을 섭취해도 체내 수은 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고, 수은의 대사 경로가 미성숙해 독성에 더 취약하다.
어린이는 아직 발달 중이어서 혈중 수은 농도 5~10㎍/L에서도 신경학적 증상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수은의 혈류 내 반감기는 약 90일로 알려졌지만, 개인차로 인해 30~120일 사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어 고기 섭취 규정 마련 필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상어 고기를 섭취하면 잠재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할 만큼 혈중 수은 농도가 많이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상어 고기 섭취와 관련된 잠재적인 건강 위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상어 고기 섭취에 관한 규정을 확립하는 것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다만, 차례나 제사에서는 10가지 이상의 음식이 동시에 제공되기 때문에 수은 노출이 반드시 상어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번 연구를 다른 지역으로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대구·경북처럼) 특정 지역의 건강 위험에 개입하는 데는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래 내장도 중금속 오염
그러나 장기에는 납과 카드뮴, 메틸수은 농도가 높아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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