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독일 통일 33년
오늘은 단기 4356년 개천절. 한국처럼 이날을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는 나라가 또 있다. 다름 아닌 독일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됐던 동독과 서독이 다시 한 나라로 새 출발 한 날이 1990년 10월 3일이다. 그날 0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위 하늘로 축하 폭죽이 수를 놓은 가운데 흑·적·금 삼색의 통일 독일 국기가 게양됐다. 수많은 독일인들은 분단 시절 서로가 겪었던 억압, 폭거와 그에 따른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통일 독일 33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통합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몇 년 새 테슬라와 인텔 등 다국적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 동독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서독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독일 중앙은행 통계에 의하면 서독 가구의 평균 순자산이 거의 13만 유로(1억8600만원)인 데 비해 동독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서독의 3분의 1 수준인 4만 유로(5700만원)를 조금 넘을 뿐이다. 이런 고질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상속세를 비롯한 조세 개혁책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격렬한 정치적 대립과 만만찮은 부자들의 반발로 갈 길이 멀다.
또 다른 문제는 수십 년간 지속된 젊은 세대들의 동독 기피 현상이다. 사실상 한 세대가 실종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독지역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서독을 좇아 고향을 떠났다. 그래도 통일 직후 계속된 정부의 노력 덕분에 동독의 임금 수준은 이제 서독의 90%에 육박한다. 이 덕분인지 반갑게도 일부 젊은 세대의 동독 회귀가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데, 바로 사상 최저인 15~24세 인구비율이다. 베이비붐 세대 덕분에 1983년 16.7%의 정점을 찍었던 15~24세 인구비율은 현재 10%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국가의 역할과 의무를 바라보는 동서독 국민 사이의 시각 차이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기적 같이 이루어낸 통일로 동독의 생활 수준은 향상되었고, 동독인들이 갈망하던 자유도 이젠 당연한 권리가 되었다.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 남과 북으로 나뉜다는 상상조차 할 필요 없었던 신화. 세월이 흐를수록 쌓이는 이질감 속에 멀어지는 남북관계를 보며 경제적·사회적 통합을 위해 뚜벅뚜벅 전진하는 독일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안착히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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